망막은 보호 장벽을 가지고 있어 약물이 침투하기 어렵다. 돼지 정액 속 엑소좀을 이용해 망막에 생기는 망막모세포종이라는 악성 종양의 성장을 멈추고 시력도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네이처 제공
돼지는 성체 장기 크기가 사람의 것과 거의 일치하고 장기 구조와 기능이 생리학적으로 유사해 장기이식을 위한 임상시험에 많이 쓰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돼지 정액을 이용해 난치성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끈다.
중국 선양 제약대 약학부, 전통 중의학부 공동 연구팀은 돼지 정액을 이용해 망막에 생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고 시력을 보존할 수 있는 안약을 개발해 생쥐 실험에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3월 27일 자에 실렸다.
망막모세포종은 망막의 시신경세포에 발생하는 원발성 악성 종양으로 소아에서 가장 흔한 안구 내 종양이다. 보통 안구 내 약물 주사, 화학요법, 레이저요법으로 치료하는데 모두 눈의 정상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불필요한 손상 없이 망막을 둘러싼 장벽을 통과해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팀은 정자가 암컷의 생식기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정액 유래 엑소좀에 주목했다. 엑소좀은 거의 모든 세포에 포함된 미세입자다. 연구팀은 돼지 정액 유래 엑소좀이 눈 표면 세포의 외막에 있는 반투과성 구조를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탄소 나노점, 이산화망간, 포도당 산화요소를 포함하는 나노자임 시스템을 엑소좀에 탑재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 안약을 망막모세포종을 유발한 생쥐에게 투여했는데, 엑소좀은 종양 세포에 선택적으로 침투했고 나노자임 시스템은 종양 세포 성장을 멈추고 파괴하는 것을 확인했다. 엑소좀의 선택성을 높이기 위해 팀은 엑소좀에 엽산 분자를 부착했다. 망막모세포종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엽산 수치가 훨씬 높다. 실제로 이 안약이 투입된 생쥐는 30일 후 종양 크기가 작아지고 시력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토끼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시험한 결과 각막에 약간의 자극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유 장 선양 제약대 교수는 “혈뇌 장벽이나 점막 장벽처럼 침투하기 어려운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미세 입자에 약물을 탑재해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번 연구는 망막암의 일종인 망막모세포종을 앓는 어린이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개념 증명 연구이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