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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했는데 효과 없는 이유…범인은 ‘비만’ [사이언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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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체내 만성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켜 당뇨, 심혈관 질환, 면역 저하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단순히 여러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대사질환과 합병증이 서로를 악화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미주리대 수의병리학 및 통합 생의과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미생물 발생학과 공동 연구팀은 비만이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이 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면역학 저널’ 4월 13일 자에 실렸다.

비만이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기존 백신들처럼 혈액 내 항체를 생산하는 방식이 아닌 병원균이 진입하는 부위에서 직접 방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신개념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면역학회 제공

녹농균은 비만인에게 중증 폐렴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으로 최근 항생제 내성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치료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효과적인 백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만인을 대상으로 하는 녹농균 같은 그람음성 세균 병원체를 표적으로 한 백신의 효과를 검토한 연구는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해 비만과 면역계의 관계를 규명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비만이 녹농균 백신에 대한 항체 반응의 질과 지속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비만한 생쥐에게서 항체 생산 저하가 발생하는 이유는 배중심(germinal center)의 기능 결함으로 확인됐다. 배중심은 림프절이나 비장 등 2차 림프기관에서 항원 자극을 받은 뒤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미세 구조물로, 여기서 B세포라 불리는 특화된 면역세포가 항체를 생산하고 병원체에 대한 기억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투여한 녹농균 백신의 항체 반응은 떨어졌지만 폐 조직 상주 기억 T세포에서 강한 반응을 확인했다. 조직 상주 기억 T세포는 감염이나 백신 접종 후 폐나 장, 피부 등 특정 조직에 영구적으로 자리 잡는 기억 T세포의 일종으로 병원체가 침입하는 최전선에서 신속하게 반응하는 역할을 하는데 점막 면역과 호흡기 감염 방어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실험에서도 녹농균 백신 접종 후 조직 상주 기억 T세포는 감염에 대한 초기의 결정적 방어를 제공했는데 마르거나 일반적인 체중을 가진 생쥐들에게서는 관찰되지 않은 반응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조직 상주 기억 T세포가 항체 결핍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단순히 혈중 항체 수치를 높이려는 기존 백신과 같은 접근에서 벗어나 병원체가 실제로 침입하는 부위에서 직접 방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직 상주 면역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백신을 설계하는 것도 감염병 예방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웬디 피킹 미주리대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높은 항체 생산에 의존하는 기존 백신이 비만인 사람에게서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했다”며 “백신 설계 방향을 바꾸고 중증 호흡기 감염 위험이 더 높은 비만인들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맞춤형 백신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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