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까지 해운대 리빈갤러리
레오 킴, 숭고한 삶 엄마에 대한 ‘경의’ 담아
킴미 킴, 깨진 샤넬백 뚫고 나온 ‘희망’ 품어
리빈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레오 킴 작품(끌림) 앞에서 킴미 킴 작품(Desire)을 든 두 작가 킴미 킴(왼쪽)과 레오 킴이 포즈를 취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해운대구 리빈갤러리에서 지난 7일부터 열고 있는 레오 킴(본명 김미숙)과 킴미 킴의 ‘DOMO’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대책과 방법을 세우다”는 의미의 ‘도모’를 제목으로 내세우지만, 전시를 함께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개인전 형식의 2인전 성격이 짙다. 리빈 갤러리 안숙형 대표가 두 작가를 동시 초대했고, 그들은 마주 보는 전시실에서 각자 작품을 내걸었다.
전시장을 돌아보고 각자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바로는, 작가로, 여성으로,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 아내로 살아가면서도 작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치열함이 이 두 사람을 한 공간으로 불러 모았겠구나 싶었다. 또한 ‘4수’ 끝에 부산의 한 대학에 4년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레오 킴이 대학 2학년 때 이미 두각을 나타내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입상할 정도로 창작열을 불태운 이력이나 한국에서 대학을 두 번(전문대와 4년제)이나 다니며 섬유공예, 목공예, 금속공예, 칠공예, 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배웠지만, 또다시 영국 최고 명문 중 하나인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진학해 도자를 전공한 킴미 킴의 ‘집념’은 어딘지 모르게 닮은 듯했다.
레오 킴의 작품 '희망을 도모하다'. 리빈갤러리 제공
레오 킴의 작품 '도도한 레오파드'. 리빈갤러리 제공
레오 킴의 작품 '끌림'. 리빈갤러리 제공
“대학 2학년 때 ‘국전’(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최연소로 상을 받은 뒤 전시를 보고 나오는데, 문득 한 사람이 그린 그림 같았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레오 킴) 그렇게 완성한 대학 졸업 작품 ‘REST’(쉼) 시리즈’가 탄생했다. “스물두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되신 어머니가 1남 5녀를 키우시는 모습은 헌신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 시리즈’ 속 그녀는 때로 안식을 갈구하는 여인으로, 때로는 화려한 꽃이나 소파로 변주됐다. 특히 화면을 가득 채운 ‘레퍼드’(Leopard) 무늬는 어머니가 생전에 사랑하셨던 문양이자 아버지라는 존재로 치환된다. 아버지의 부재로 신지 못한 구두 역시 푸른 별자리가 되어 머나먼 여정을 비추는 길이 되었다. 코로나 때 만든 ‘드레스 시리즈’, 최근 새로 시작한 ‘복숭아 시리즈’(복숭아조차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이다), 100호 이상 대작을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한 것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그러면서 레오 킴은 강조한다. “우리도 엄마가 될 수 있잖아요. 저는 당당하게 살아가는 현대 여성을 표현하고 싶어요.”
킴미 킴의 작품 'Desire'. 리빈갤러리 제공
킴미 킴의 작품 'Desire'. 리빈갤러리 제공
킴미 킴의 작품 'Desire'. 리빈갤러리 제공
킴미 킴은 인간의 욕망을 다룬다. 올해로 미국 뉴욕에 정착한 지 20년째다. 부산과 뉴욕을 오가며 작업하는 그는 “인간의 욕망은 단순히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도자로 만든 샤넬백이 대표적이다. “제가 유학하던 20여 년 전만 해도 샤넬백을 든 사람은 흔하지 않았어요. 샤넬은 욕망의 매개체인 거죠. 샤넬 로고를 그대로 노출해도 상관없느냐는 질문은 지금도 많이 받는 편이지만, 예술 작품이라 괜찮아요.” 킴미는 샤넬백에 이어 레고, 웨이브 시리즈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이전 샤넬백과 달라진 점이라면 지금은 찢어지고 찌그러졌다. 2019년 첫 부산 전시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찢어진 샤넬백을 뚫고 나온 것들은 저의 아픔, 상처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작가로서도 엄마로서도 이제 좀 희망을 품고 싶다는 바람이 담겼습니다.” 작품 제목은 여전히 ‘디자이어’(Desire, 욕망)이다. “제 작품은 욕망의 본질과 예술의 가치에 관한 질문이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킴미는 5월엔 중국 경덕진(징더전) 국제 스튜디오 레지던시를 떠난다. 이번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문의 051-746-9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