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체낭 지지구조 약해져 발생
흐릿한 시야·복시·시력 저하 증상
야마네·카나브라바 기법 새로 도입
난시와 빛번짐 난제까지도 극복
이탈한 수정체 고정 또는 교체 수술
사후 시력교정 0.1 단위 조정 가능
백내장 수술 후 잘못된 습관으로 인해 인공수정체가 탈구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눈을 많이 비비거나 폭포수 목욕 등으로 눈에 충격을 주면 수정체 이탈의 위험이 있다. 더참안과의원 제공
‘카나브라바’ 무봉합 공막고정술 개념도. 더참안과의원 제공
의료계에 노안·백내장 수술 광풍이 분 적이 있다. 7~10년 전 일이다. ‘노안과 백내장을 동시에 해결해 준다’라는 말에 유행처럼 다초점렌즈로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았다. 실손보험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1000만 원가량의 수술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해에 60만~70만 건씩 백내장 수술이 이루어졌다. 심지어는 젊은 나이에 백내장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도 수술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한차례 광풍이 불어닥친 후에 이제는 백내장 수술을 받았던 환자 중에서 재수술이 필요한 케이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백내장 수술의 합병증인 ‘인공수정체 탈구’ 문제 때문이다.
■왜 탈구가 일어나나
백내장 수술은 혼탁한 수정체를 초음파로 제거하고 수정체가 들어 있는 주머니(수정체낭)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 중에서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노화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공수정체가 제 위치를 벗어나는 탈구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더참안과의원 김해송 원장은 “인공수정체 탈구는 수정체 주머니의 지지 구조가 약해지는 것이 주원인이다. 특히 아토피가 있거나 눈을 자주 비빌 때 발생하기 쉽고, 눈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격렬한 운동이나 외상이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라고 탈구의 원인을 설명했다.
증상은 인공수정체의 이탈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인공수정체가 탈구되어 중심에서 약간 벗어났을 때는 시야가 흐려지거나, 이중으로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이 나타난다. 갑자기 눈앞이 어른거리거나, 앉아 있을 때는 괜찮은데 누우면 뿌옇게 보이는 증상도 생긴다. 중심에서 완전히 이탈되면 인공수정체의 도수만큼 원시가 생겨 시력이 0.1 이하로 떨어진다.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로 운전이나 작업 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안압 상승으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백내장 수술 후 이른 시간에 탈구가 될 때는 인공수정체 지지 구조가 약하거나 일부가 떨어졌을 경우다. 대부분은 수술 후 10년 이상 지나서 탈구가 발생한다. 학회 발표에 따르면 탈구 발병 확률은 1% 내외다. 남자보다 여자가 많고 40대에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김 원장은 “백내장 수술 후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가 생기거나 중심부가 흔들려 보일 때는 인공수정체 탈구를 의심하고 즉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화하는 공막 고정술
치료 방법은 인공수정체가 이탈된 정도에 따라서 결정된다. 부분 이탈은 인공수정체를 안구 외벽이나 홍채에 고정해 비교적 간단하게 수술할 수 있다. 인공수정체가 완전 이탈되거나 재고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새로운 인공수정체로 교체해 눈 속에 봉합해 고정하게 된다.
과거에는 인공수정체 위치가 변하거나 탈구가 일어났을 때, 단순히 이를 공막(흰자위)에 실로 꿰매어 봉합하는 수술을 주로 진행했다. 공막고정술을 받은 후에 난시나 빛 번짐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런 한계는 환자가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한 혁신적인 기술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야마네 기법과 카나브라바 기법이 대표적이다.
이전의 공막고정술은 인공수정체의 지지부를 실로 공막에 봉합해 주는 방식이라 인공수정체가 기울어지거나 수술 시 유리체 출혈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야마네 기법이 개발되었다. 야마네 기법은 인공수정체의 지지부를 공막에 미세한 통로를 만들어 꿰매지 않고 고정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인공수정체의 양쪽에 굵은 실 모양의 지지부를 달아서 공막에 고정시킨다.
카나브라바 기법은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진 인공수정체의 지지부를 실로 걸어 주는 방법이다. 지지부로 공막의 네 군데에 고정할 수 있다. 두 기법 모두 꿰매는 방식으로 봉합하지 않고 공막에 고정하는 방법이다.
김 원장은 “백내장 재수술은 눈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수술 전에 도수 예측이 어렵지만 야마네 기법을 이용해 빛조절 인공수정체(LAL) 수술을 하면 수술이 끝난 후에도 렌즈의 도수를 정밀하게 사후 조절할 수 있다. 백내장 재수술에서도 0.1 단위의 정밀한 시력교정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난도 높은 재수술
인공수정체 탈구는 서서히 진행되더라도 눈 내부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탈구된 렌즈가 눈 속에서 움직이면서 유리체를 자극하거나 안압 상승을 초래할 경우, 2차 합병증으로 이어져 돌이키기 어려운 시력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중심이 0.1mm만 달라져도 기울기와 초점이 변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렌즈가 안구 뒤쪽으로 완전히 빠졌거나 손상이 심해 기존 렌즈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새로운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재수술이 즉각 필요하다.
백내장 재수술은 망막질환이 발견되기도 한다. 관리해야 할 위험이 많고 수술 시간도 오래 걸려 진료 난도가 매우 높은 케이스로 꼽힌다. 따라서 경험이 많은 망막·백내장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한 수술이다.
김 원장은 “공막고정술은 망막수술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대학병원급에서 주로 시술됐다. 근래에는 개원가에서도 망막수술이 가능해지면서 개인 병원에서도 난이도 높은 수술을 감당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리스크가 있는 수술이기 때문에 집도의의 숙련도가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백내장 재수술 비용도 부담이다. 단순하게 인공수정체만 제거할 경우는 포괄수가제 수준의 백내장 수술비만 든다. 하지만 다초첨이나 난시 교정용 렌즈를 사용하면 기존 수술비와 동일하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