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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의 창경바리]무대 위의 인생과 무대 밖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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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 많은 세상 담은 ‘강원연극제 관람기''

시간·장소·사람 ‘암전'' 통해 만나고 헤어져

초등학교 동창회에 갔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학예회 때 내가 쓴 연극 대본으로 공연을 했다는 것이었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친구는 그 반공(反共) 연극의 내용까지 알려줬다. 여전히 기억나지 않았는데 얼마 후 개교 60주년을 축하하는 책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그 연극 공연을 찍은 사진이었다. 낡은 사진 속에는 어른의 옷을 차려입은 나와 친구들이 무엇인가를 연기하고 있었다. 비로소 희미하게나마 저 먼 곳에서 기억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마을에 숨어든 간첩을 찾아내 경찰에 신고하는 다소 유치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나는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출연까지 했던 것 같았다. 그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봄꽃은 아직이고 미세먼지만 가득한 3월 하순부터 원주에서 강원연극제가 개최됐는데 왠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왜 갑자기 흥미가 당겼는지 헤아려볼 겨를도 없이 예매를 마치고 저녁마다 무대를 찾아갔다. 연극은 종소리와 함께 객석의 불이 꺼지고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시골집 마당보다 조금 큰 무대 하나에 모든 게 담겨 있었다. 조명이 향하는 곳에 따라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이 마을과 저 마을, 이 장소와 저 장소, 이 사람과 저 사람이 같은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졌다. 암전(暗轉)을 사용해서.

‘스트레스’엔 고통스럽게 사다리를 올라가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자그마한 사다리 하나에 여러 명이 올라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사다리는 곧 무너질 듯했다. 사람들이 사다리에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들을 지켜보는 또 다른 눈. 그리고 사다리 위의 사람이 거부하기 힘든, 위험한 제안... 제안을 수락한 ‘고민중’의 갈등에 조명이 더 친절했더라면 어땠을까. 시대를 달리하는 두 여자가 어떤 배에서 만나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살아보니까’였다. 왠지 이야기가 너무 멀리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여자가 살아온 삶을 좀 더 적나라하게 보여줬으면 좋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 두루마을이 있다’는 묘비가 빨래판으로 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 빨래판이 내 물건이라면 나는 그 위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숨이 찰 정도로 뛰었지만 이미 연극은 시작된 뒤라 첫 번째 암전일 때 객석으로 들어가 관람한 게 ‘청소를 합니다(사진)’였다. 허름한 빌라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어떤 청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죽은 사람의 방을 청소하는 게 대단히 인상적이었는데 ‘까만 모자’가 너무 모호해서 안타까웠다. 마루 밑의 신발들이 등장인물로 보여서 재미났던 연극은 ‘죽서루길 64’였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배우들이 혹 신발을 잘못 신지 않을까 계속 조바심을 내며 연극을 보았다. 신발들이 새로운 가족이었다. 여자들도 광부로 살던 시절이 있었다. 선탄부(選炭婦)가 바로 그들이다. 탄가루 날리는 탄광촌의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선탄부 경숙에게 ‘막장의 봄’은 진폐증과 함께 아주 늦게 찾아왔다. ‘묘혼’은 욕망과 권력을 좇았던 이들이 벗어나지 못하고 갇혔다가 몰락하는 원(圓)에 관한 이야기다. 그 원은 누구에게는 보이고 누구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프루프’와 ‘그들만 아는 공소시효’는 소극장 공연이라 좌석이 일찌감치 동나 아쉬웠다.

이제 마지막 한 편이 남았다. ‘덴동어미뎐’이 대상을 받았다. 관람기는 올리지 않겠다. 7월 부산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하니 꼭 보시길 바란다. 오래전 이런 꿈을 자주 꾸었다. 배우인 나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다 대사를 모두 잊어버렸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캄캄한 구덩이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막막함이란... 지금 이 땅의 연극배우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그들의 꿈이 따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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