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확증 임상 축소로 질적 평가 강화 나서
서방 견제 속 中 23년 만에 의약품관리법 개정
MAH 제도 구체화로 글로벌 신약 개발 유인
중국·미국 바이오 규제 관련 이미지. AI 이미지
[데일리안 = 이소영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신약 허가 문턱을 낮추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규제 혁신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임상의 양적 부담을 줄이는 대신 질적 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국은 법적 근거를 마련해 신약 개발 전주기를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하며 신약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1일 한국바이오협회 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로버트 마카리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기고를 통해 최근 신약 허가의 필수 요건이었던 2개의 확증적 임상시험을 1개의 적절하고 잘 통제된 임상시험으로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기업들의 R&D 비용과 기간이 상당 부분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단일 임상 비용은 최대 1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다만 FDA는 기전이 불분명하거나 대리평가지표 의존도가 높은 경우에는 여전히 추가 시험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라기보다 ‘임상 설계 평가의 고도화’로 풀이된다. 임상 개수가 많더라도 설계가 부적절하면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대조군 설정, 통계적 검정력, 생물학적 상관성 등 설계의 완성도를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또한 오는 5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의약품관리법’ 개정안을 통해 신약 개발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이번 개정은 23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조치로, 임상 가치 지향적인 신약 개발에 법적 근거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주목 받는 부분은 ‘시장 독점권’의 명문화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아용 의약품은 최대 2년, 희귀질환 치료제는 최대 7년간의 시장 독점 기간을 보장 받는다. 또한 제조 시설이 없는 바이오텍도 제품 개발과 품질 관리를 책임진다면,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의약품 시판 승인 보유자(MAH)’ 제도를 구체화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이미 임상 승인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등 행정 절차 간소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는 ‘생물보안법’ 등 서방의 견제 속에서 자체적인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협력을 촉진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중국은 임상 심사 기간을 30일로 단축하는 등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며 ‘3-10s(10년, 10억 달러, 10% 성공률)’로 불리는 바이오 업계의 시간적 부담을 줄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단순히 허가 문턱을 낮추는 것을 넘어 글로벌 R&D 네트워크 내에서 중국의 매력을 높여 기술 수출과 다국적 협력을 끌어내는 동력이 된다는 분석이다.
바이오협회 경제연구센터는 “미국의 생물보안법 시행과 유럽의 호라이즌 연구 프로젝트 등을 통해 중국 배제 움직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법 개정은 신약 전주기의 신뢰도를 높여 글로벌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중국의 전략적 승부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