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충남대전 통합법 처리 무산
3월초 '데드라인' 통과도 미지수
여야, 지방선거 셈법 영향 미친 듯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3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하기 위해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안 = 김주훈 기자] 대구·경북(TK) 행정통합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TK 통합법 처리 공감대가 겨우 형성됐지만, 충남·대전 행정통합법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걸림돌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여야 책임론 공방에 2월 국회 처리는 무산됐지만, 선거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3월 국회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만나 행정통합법에 대해 논의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여야 모두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이 행정통합법 처리 마지노선이라며 상대 당에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2일까지 처리되면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대구·경북 통합과 관련해 경북에서 아직도 8개 시의회 의장단이 반대하고 있다"며 "통합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의견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충남·대전 통합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국민의힘에 강력히 요청했다"며 "오전 회동에선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오늘 충남·대전 통합도 당론으로 의견을 만들어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통합법 '원포인트' 처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충남·대전 통합법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탓에 협상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오늘 원포인트 법사위와 본회의를 열어서 통과시켜달라고 민주당에 수차례 강력히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대구·경북과 충남·대전 통합을 묶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오늘 중 대구·경북 통합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무산"이라고 밝혔다.
특히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필리버스터 때문에 법사위를 못 연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전격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그런데도 법사위를 열지 않은 것은 (추 위원장이) 대구·경북 주민을 우롱하며 몽니를 부린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여야는 대구·경북 통합법에 대해선 처리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민주당이 충남·대전 행정통합법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면서 이틀 동안 충돌만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대전 통합법을 처리하면 해결되는 문제지만, 김태흠 충남지사가 "행정통합의 큰 틀에는 동의하지만, 재정과 권한이 빠진 통합은 주춧돌 없는 집짓기와 같다"는 입장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는 분위기다.
대구·경북 통합법은 지난달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지역 내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심사가 보류됐다. 결국 여야 이견에 이날 법사위가 개최되지 않으면서, 두 행정통합법 논의는 3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오는 12일 본회의가 데드라인으로 평가되지만, 충남·대전과 대구·경북 통합법을 둘러싼 여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민주당이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충남·대전 통합법 처리를 두고선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과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핵심은 행정통합 시 최대 20조원의 지원 방안이 법안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불신'이 크다. 나아가 재원 마련 방식이나 교부 기준 등이 불명확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빈 껍데기뿐인 법안은 없는 게 낫다"며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박용갑 민주당 의원(대전 중구)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통합이 무산되면 4년간 20조원을 놓치게 된다는 점을 가리켜 "내년에 있을 공공기관 우선 이전 기회도 놓칠 뿐 아니라, 세제 지원, 첨단산업 육성, 국방 클러스터 조성 등도 동력을 일게 된다"며 "통합 반대 선봉에 있는 분들이 충청에서 나고 자란 정치인이라는 것이 참담하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3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회동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앞서 운영위원장실 앞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송 원내대표가 회동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치권에선 충남·대전 통합법 이면에는 지방선거 자리싸움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충남·대전특별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데,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만 놓고 보면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탓에 국민의힘 입장에선 위협적인 인물로 꼽힌다. 충남·대전이 통합되지 않으면 기존처럼 충남지사와 대전시장을 각각 선출하지만, 통합될 경우 두 광역단체장 자리가 민주당에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선거 유불리 때문에 충남·대전 통합법에 대해 입장을 정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선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적절하게 판단해야지, 누가 나오냐 나오지 않느냐로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정략적 관점으로 바라보니 지금과 같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강 실장이 출마를 포기하면 통합에 찬성할 것이냐"라고 했다.
이에 이장우 시장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통합하든 안 하든 선거는 뭐 서로 비슷한데, 그런 결과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라면서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서 제대로 통합하자는 것인데, 정부 추계도 나오지 않으니 말로 할 일이 아니고 법률로서 정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미 전남·광주 통합법을 통과시킨 민주당 입장에서 충남·대전 통합법 처리 지연을 국민의힘 책임론으로만 끌고 가는 것도 부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경북 통합의 경우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지난달 26일 TK 소속 의원 약 25명의 의견을 청취한 이후 '2월 국회 내 행정통합법 통과'로 입장을 모았지만, 일부 반대 의견도 노출된 바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가 이뤄지지 않아도 국민의힘의 내분만 끌어낼 뿐 정치적 부담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충남·대전 통합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 지도부의 고심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안에 충남·대전과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 무산 책임론을 상대 당에 제기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여론전이 본격화됐다는 분석과 함께, 3월 임시국회 중 처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남·광주 통합의 경우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에 강행 처리됐지만, 나머지 행정통합 지역을 두고 대치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면서 "선거를 앞두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이 시점에 대치 중인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순탄히 통과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