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상황 대응 임시 국무회의서 사법 3법 의결
"차라리 '이재명 무죄법' 만들어라"… 야권 릴레이 비판
민주당 "국민의힘 음모론과 공포 조장, 정치적 파렴치"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데일리안 = 김은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이른바 '사법 3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서 정치권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사법 개혁"이라고 규정한 반면, 국민의힘은 "사법 사망" "폭거"라며 정권의 사법 권력 장악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을 마친 이튿날인 5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법왜곡죄(형사소송법 개정안)와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중동 정세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소집된 회의였지만, 국민의힘의 잇따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촉구에도 불구하고 야당과의 별다른 정치적 숙고나 타협 없이 사법 3법 의결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즉각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외교안보 혼란을 본인들의 '범죄 세탁'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는 그 잔인한 치밀함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사법부 독립은 오늘부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이 필리핀 국빈 방문 중이었던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정의실현을 하라고 국민이 맡긴 수사·기소권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고 감금하기 위해 하는 증거조작·사건조작은 일반 범죄자가 저지르는 강도나 납치·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는 글을 올린 데 대해선 "외교 무대에 있어도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죄 지우기"라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법원에서 재판 중인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들은 조작 기소로 조작해 결국 공소취소 하려는 속셈"이라며 "차라리 솔직하게, 이재명은 무조건 무죄라는 '이재명 무죄법'을 만들어라. 자신들의 죄를 지우려, 사법체계를 파괴하고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은 살인 강도보다 더 나쁘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사법 장악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내리는 '사망 선고'"라면서 "행정부와 입법부 장악도 모자라 사법부마저 권력의 발밑에 무릎 꿇리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라고 직격했다. 김 의원은 "특정 세력의 안위와 영구 집권을 위해 국가의 사법시스템마저 뜯어 고치는 이 위선적이고 반헌법적인 폭거를, 역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진우 의원도 "권력자가 더 이상 수사와 재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결국 국민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날뛸 것"이라며 "사법을 파괴해 가면서까지 본인 사건을 무죄 만들려는 모습을 국민은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과반을 점한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법왜곡죄법(형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시작으로 이른바 '사법 개혁' 3법 처리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용 사법 파괴 악법'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저지에 나섰지만, 의석 수 절대 열세 속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은 토론 강제 종결과 표결을 통해 법안을 잇따라 처리했고, 28일 대법관 증원법까지 본회의를 통과시키며 사법 3법 입법 절차를 마무리했다. 법조계 역시 여러 부작용 우려를 들어 해당 법안들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은 "사법 개혁은 결코 특정 권력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며 불가피한 입법이라는 입장이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사법 개혁을 둘러싸고 음모론과 공포 조장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행태는 적반하장을 넘어 정치적 파렴치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대법관 증원은 수 년째 쌓여온 대법원 사건 적체를 해소하고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조치다. 재판소원 제도는 재판 과정에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헌법적 권리 구제 장치이며, 법왜곡죄 역시 고의적인 법 적용 왜곡과 같은 중대한 사법권 남용을 막기 위한 책임 장치"라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를 겨냥한 발언도 이어졌다. 이에 앞서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정치 검찰의 사건 조작은 강도 살인보다 더 나쁜 국가적 범죄"라며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께서도 '증거조작 사건 조작은 강도나 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다'라며 추악한 행태를 질타했다.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국가 권력으로 사람을 죽이려 한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12일 본회의 보고를 시작으로 국정조사를 통해 이 조작의 설계자들을 반드시 심판대 앞에 세우도록 하겠다"며 "가짜 진술로 쌓아 올린 모래성 같은 공소는 즉각 취소되어야 마땅하다"고 대북송금 사건 수사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이 대통령 임기 중 사법 권력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에 글을 올리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측근에게 '이 대통령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특정 매체 보도를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는 법무부가 대북송금 수사 감찰 과정에서 확보했다는 김 전 회장의 녹취를 다루며 검찰의 기소권 악용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아침에도 청와대 앞으로 몰려가 3개 법안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위한 방탄입법일 뿐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사법 3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과 관련 "국회에서 소정의 절차를 거쳐 의결된 법안인 만큼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의결·공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