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서울 아파트 매물 25.7% 증가…물량 확대
강남3구·한강벨트 일대 고가 단지 급매도 속속 등장
매수심리 위축 여전…“거래 활성화 위해 규제 완화해야”
ⓒ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데일리안 = 배수람 기자]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일부 몸값을 낮추거나 급매로 주택을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이 나타나면서 무주택 수요자들은 매도 호가가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당장 거래에 나서기보다 관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정부 규제에도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던 서울 상급지 일대 집값도 한풀 꺾이며 매도 우위에서 점차 매수 우위 시장으로 흐름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6일 아실에 따르면 전날인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 대비 25.7% 증가한 7만4190건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자치구별로 보면 성동구가 한 달 전 1392건에서 2132건으로 53.1% 가장 많이 매물이 증가했고 성북구 49.1%(1545→2305건), 동작구 46.0%(1329→1941건), 강동구 44.8%(2775→4019건) 등이 뒤를 이었다.
강남3구 매물도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송파구는 5578건으로 한 달 전 대비 37.1% 증가했고 서초구는 24.5% 확대된 8465건, 강남구는 15.1% 늘어난 9539건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 매물이 증가하면서 가격 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9%로 일주일 전(0.11%) 대비 축소돼 5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됐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 등 상급지로 분류되는 지역은 2주째 하락세다. 서초구는 0.01% 떨어졌고, 용산구는 –0.05%,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0.07%, -0.09%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매물은 쌓이는 데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호가를 낮춘 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단기간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내다보고 수요자들이 실제 매매에 나서지 않은 탓이다.
KB부동산 관계자는 “그동안 오른 금액 대비 아직 가격이 크게 내리진 않아 매수 수요가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희망하는 가격 차가 벌어지면서 거래 성사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일원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39억3500만원에 실거래됐으나 현재 같은 평형대 최저 호가는 34억8000만원 수준이다.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는 53억원에 급매가 등장했다. 지난 1월 60억8000만원에 매매된 것을 고려하면 7억8000만원이나 낮은 가격이다.
같은 달 52억원에 매매된 바 있는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는 45억7000만원까지 매도 호가가 떨어졌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 다주택자를 비롯한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주택 처분이 급한 집주인들은 시세 대비 저렴하게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 수요자들 사이에선 매물은 늘어나는데 가격 조정이 계속되다 보니 더 기다리면 좀 더 나은 물건을 더 낮은 금액에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포보(FOBO·Fear of Better Option)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또 “대출을 통한 주택 자금 마련이 까다로워진 데다 한도가 줄어 매수자들도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호가가 떨어지는 건 의미가 없고 실제 거래까지 이어져야 하는 만큼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