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성 논란에도 '국조' 초읽기
여당 손 들어준 우원식, 편향성 도마에
국민의힘 "與 하수인 자처한 폭거"
여야, 국조 시작 전부터 충돌 본격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8일 경남 진주시 MBC컨벤션진주 대연회장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안 =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검찰에서 조작 기소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여러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위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정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제도임에도 '조작기소'라고 꼬리표를 이미 붙인 탓에 특정인을 위한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8일 경남 진주에서 진행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공권력을 제멋대로 흔들어 온 검찰에 대해 메스를 대야 할 때"라면서 국정조사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현재 여당은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증거를 조작해 기소했다며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국정조사 대상 대부분이 이 대통령 사건인 탓에 출발부터 편향성 지적을 받았다.
국조 대상은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보도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이다.
야권에선 사실상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해 '조작 기소'라고 규정한 국정조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여당은 지난 11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직후 다음날 본회의에 보고하는 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19일 본회의에선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할 계획인데, 이는 6·3 지방선거 이전에 국정조사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에 따라 진행되는 만큼, 현재 여당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국정조사는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공소 취소용 방탄 국정조사"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여당 입장에선 설득을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청한 것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여당의 국정조사는 '조작 기소'라고 단정했을 뿐 아니라, 이 대통령 사건이 대상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더욱이 여야 합의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국정조사 성격에도 불구하고, 우 의장은 두 번째 여야 협상 결렬 직후 특위 구성을 강행했다. 우 의장은 중동전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갈등 사안을 쌓아두면 안 된다는 명분을 들었지만, 국민의힘에선 "최소한의 중립 의무조차 내팽개치고, 스스로 '민주당의 하수인'임을 자처한 헌정사 초유의 폭거"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우 의장이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일 오후 2시까지 국정조사 특위 구성 및 위원 선임을 요청하는 공문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야당이 보이콧을 선언할 경우, 사실상 범여권 위주의 국정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탓에 국민의힘은 여론전을 위해서라도 국정조사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18일 국회 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7가지 사건 전체를 검찰의 조작 기소라고 전제하고 국정조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대통령 혐의와 관련해 검찰에 공소를 취소하라는 압박성 국정조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지만, 우 의장은 '조작에 대한 부분은 정리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동의하지 못하지만 향후 특위가 운영되면 의원들이 들어가 최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상적인 국정조사가 되도록 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19일 의원총회에서 특위 참여 문제를 포함해 당론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돌연 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위한 국정조사가 아니라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해당 국정조사를 주도한 당 추진위원회는 그동안 윤석열 정권 검찰의 조작 기소는 차기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 제거가 목적이라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여당은 현재 '검찰개혁'의 일환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는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민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은 아직도 반성과 성찰을 모르는 세력 같다"며 "시작도 안 한 국정조사가 의심스럽다면 당당하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참여해 거기서 할 말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정조사법에 따르면, 진행 중인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진상규명에 방점을 찍고, 정치 검찰의 잘못된 행태가 드러난다면 그에 따라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재발 방지책을 만들자는 것이다. 법과 제도도 필요하면 하자는 것이지 한 명의 공소 취소를 위해 판을 까는 것은 국정조사 요구서 내용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야당의 주장처럼 국정조사가 이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을 압박할 수 있지만, 실제 공소취소가 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해 공소를 취소할 경우, 정부·여당이 역풍에 놓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른바 '공소취소 거래설' 사태가 불거진 상황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공소 취소를 지휘할 의도도, 생각도 없다"고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당의 이 대통령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는 사실상 '충성 경쟁'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기 권력을 선점하기 위해 지지층을 겨냥한 여론전이라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이 대통령 공소취소가 현실화되긴 어렵지만, 나중을 위한 소위 운을 띄우는 성격으로 보인다"면서도 "당 전체가 공소취소 주장을 하지만, 실제 친명(친이재명)계에서 시작돼 전방위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 지지층을 겨냥한 충성 경쟁 또는 선명성 경쟁이라는 성격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에서 장 대표를 포함해 여러 인사들이 '개혁' 아젠다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도 향후 권력을 위한 선명성 경쟁 측면으로 보인다"며 "공소취소가 쉽게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닐뿐더러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진하는 배경이 단순히 국정조사만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