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통해 'PC·이메일·내부 검토 자료' 등 확보
과거 유가 변동성 컸던 시기 자료까지 폭넓게 수사
李대통령 "국민 고통 악용 부당한 돈벌이 일벌백계"
법조계 "정유사 유통·구조 고려 혐의 입증 난항"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 내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 = 황인욱 기자] 검찰이 유가 담합 의혹을 받는 정유사 4개사를 대상으로 연이틀 압수수색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없이 착수한 강제수사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유가 담합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형사처벌 여부에 이목이 향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 나희석)는 이날 오전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와 사단법인 대한석유협회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담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PC와 이메일, 내부 검토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은 전날 영장 집행이 다 끝나지 않아 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사 4개사는 사전 협의를 통해 국내 유통되는 유류 및 석유제품의 가격을 임의로 올리거나 동결하는 등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자료뿐 아니라 과거 유가 변동성이 컸던 시기 자료까지 폭넓게 들여다보며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이번 강제수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매점매석 등에 대한 엄정대응을 지한 지 2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국제 유가 상승을 빌미로 한 담합 행위에 대해 연일 엄벌을 경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검찰이 전날 정유사의 기름값 담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는데, 국민 고통을 악용한 부당한 돈벌이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발본색원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조계는 검찰이 공정위 고발 없이 가격 담합에 대해 조사에 나서는 것에 대해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가격 담합 등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129조에 따라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이외에도 물가안정법상 매점매석, 최고가격제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 등 즉각 형사 처벌이 가능한 법리를 적용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만일 검찰 조사에서 정유사들의 담합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규모 과징금과 형사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검찰이 정유사들의 담합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례도 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유가 담합 논란으로 4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었는데 수년 간의 소송 끝에 최종적으로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유류는 물가안정법 제7조 매점매석행위 금지와 관련해 2026년 3월13일 시행된 석유제품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매점매석행위가 금지된 제품"이라며 "정유사들의 석유 매점매석이 적발된다면 물가안정법 제26조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정유사들을 유가 담합 행위로 처벌하기 위해선 실제 정유사들 간에 가격에 관한 담합 행위가 있었는지, 이를 실행했는지 여부 등을 석유 수입량·비축량·출고량 등과 정유사들의 구조 등을 파헤쳐 확인해야 한다"며 "내부고발 등이 있지 않다면 정유사들의 복잡한 유통 및 구조, 불안정한 세계 정세에 따른 부득이한 유가 상승 등의 문제가 있어 검찰이 이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