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석 피해자 영상 재판 증거 사용' 위헌 정족수 미달
피고인 방어권 침해 우려는 남아…"반대신문권 제한"
김상환(가운데) 헌법재판소장를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3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뉴시스
[데일리안 = 어윤수 기자]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법정 출석 없이 그의 진술 영상물을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옛 성폭력처벌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구(舊)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 제6항 중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위헌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헌재법상 법률 위헌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합헌 판단이 내려진 것.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영상물을 법정진술로 인정해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합헌 의견을 낸 김형두·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성폭력범죄 피해자는 법정 진술 과정에서 심리적 위축과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며 "특히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장애인 피해자는 인지 및 의사소통 제약으로 더 큰 부담과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신문 등으로 피해자의 진술이 왜곡되거나 불명확해질 위험을 완화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하려는 목적도 함께 갖는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위헌 의견을 낸 김상환·정정미·정형식·김복형·오영준 재판관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관들은 "피고인의 방어권이 중대하게 제한될 위험이 있다"며 "심판대상조항은 다양한 절차적 보완수단을 통한 조정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반대신문 기회를 전면 차단함으로써 피고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