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대응 조직은 '격하' 관측
김여정 총괄·장금철 실무 집행
멀어지는 평양, 기다리는 서울
남북 관계의 비대칭적 구도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북미 판문점회동에 대남관계를 총괄하는 장금철(오른쪽) 당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른쪽부터 당시 장금철 통일선전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제1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뉴시스
[데일리안 = 김은지 기자] 북한의 대남조직인 이른바 '10국'이 외무성 산하로 편입되고, 대표적 대남통인 장금철이 10국장과 외무성 제1부상을 겸직하고 있다는 동향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김정은 정권의 대남 노선이 '적대국' 선언 단계를 넘어 조직 재편 국면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외교가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기존의 통일·화해 기조를 폐기하고 대남 업무를 외교 노선으로 전격 이관하는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이 대대적인 조직 재편을 거쳐 본격적인 실행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최근 북한 외무성이 평양 주재 외국공관에 장금철을 외무성 제1부상이자 10국장으로 적시한 외교서한을 발송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금철이 외무성 제1부상과 10국장을 겸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대표적 대남통의 재등장에도 불구하고 대남 업무가 외무성 산하로 옮겨졌다는 뜻이 된다.
차관급인 부상 중에서도 제1부상은 대미 관계를 비롯한 주요 외교 현안의 실무를 책임지는 직책이다.
이와 관련해 장금철 개인의 위상보다는 대남 기구 자체의 체급 변화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실무자의 중량감과는 별개로, 남북 관계의 '민족적 특수성'을 폐기하고 이를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기존 통일전선부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10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편된 바 있다. 통일전선부의 명칭 변경과 함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화해협의회 등 외곽 대남기구들도 정리됐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에 맞춰 대남기구 정비를 진행해 온 흐름이 이번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조직 개편 정황을 계기로 북한 내부에서 이른바 '김여정 총괄·장금철 실무'의 대남 대응 체제도 한층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달 9차 당대회에서 부장으로 승진하고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복귀하며 정치적 위상을 공고히 했다. '김정은의 입'으로도 통하는 김 부장은 이달 진행된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 기간에도 본인 명의의 담화를 직접 발신하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는 "적대세력들의 군사력 시위 놀음은 자칫 상상하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위협하며, 대남·대외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창구 역할을 지속했다.
장금철은 2019년 4월 노동당 대남 전문부서인 통일전선부장으로 기용돼, 두 달 뒤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정상 회동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낸 대표적 대남통이다. 2021년 1월 해임되며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약 5년 만에 전면에 복귀했다.
통일부는 관련 동향에 대한 공식 확인은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포착한 정황이 사실일 경우 김여정 부장과 장금철이 역할을 분담해 대남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취재진을 만나 "(맞다면) 대남 정책의 채널 혹은 담당자가 생겼다는 의미"라며 "김 위원장의 뜻을 대변하고 집행하는 사람은 김여정으로 보인다. (대외·대남 정책의) 책임자가 김여정이고 실무책임이 장금철이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틀로 재편하는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평화공존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를 결정했지만, 이를 대북 기조 변화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이날 취재진을 만나 이번 결정이 "정부의 평화 공존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통일 교육 기본교재인 '2026 통일문제 이해' '2026 북한 이해'를 발간했다. 이들 교재는 평화공존과 공동번영 정책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쓰던 '미북·러북·일북' 표기는 북한을 앞에 쓰는 '북미·북러·북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