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국민, 어깨 뽕 찬 거 금방 알아"…자만 경계
경선 과열에 TK 영향 우려도…"낙관론에 뒤집어지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시ㆍ도 당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일리안 = 김주훈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선거 승리 '낙관론'에 대해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엄중 조치 경고까지 꺼내 들며 위기론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통상적인 '주의령'이 아닌, 실존하는 위기에 기반한 단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여당의 높은 지지율에 선거 낙관론이 퍼지면 중도층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 민심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청래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높기에 그 어느 때보다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최근 줄곧 '선거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당내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날 연석회의에서도 6·3 지방선거에 대해 "하루하루가 저로선 피 말리는 과정"이라며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손에 쥘 수 있는 만큼, (승리를 위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최대치로 해볼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정 대표의 발언 수위만 보면, 민주당은 위기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추이를 보면 정부·여당은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공천 내홍에 휩싸이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 입장에선 소위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 충분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가 연일 낙관론을 경계하는 배경엔 '중도층' 민심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일부에선 정부·여당의 높은 지지율에 안도감과 함께, '후보만 되면 된다'는 식으로 후보 간 신경전이 과열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자칫 경선 과열과 낙관론이 민심에 영향을 미친다면 판세를 가늠할 수 없다는 위기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선거를 치러본 입장에서도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민은 소위 어깨에 뽕 찬 것에 대해 누구보다 금방 알기 때문에 정 대표는 교만하거나 자만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우리가 정책에 중점을 두고 태도를 잘해야 한다"면서도 "네거티브 역시 경선 과정이라고 해도 우리가 안에서 싸우는 것은 안 된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전현희, 박주민, 정원오 후보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웃고 있다. ⓒ뉴시스
그러다 보니 당내에서 우려를 드러내는 것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격전지에서 펼쳐지는 경선 과열이다. 경기도지사 경선의 경우,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은 김동연 예비후보가 2022년 선거 당시 조력했던 친명계 인사를 도정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연합 공세'를 펼친 바 있다. 당내에서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미묘한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은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연일 견제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세론을 유지하는 정원오 예비후보를 꺾기 위해 전현희·박주민 예비후보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공세를 펼치자, 정 후보 측은 "검증이라는 이름의 저열한 네거티브를 멈춰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정 대표는 서울시장 경선 후보 등 지방선거 출마자가 집결한 자리에서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경고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특정인을 염두한 발언이 아닌 원론적으로 당부한 발언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선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에선 정 대표가 대구 선거를 겨냥해 '주의령'을 내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국민의힘이 '공천 갈등'에 빠져 내홍을 겪자, '심판론'을 꺼내 들어 민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 전 총리가 보수 텃밭에서 심판론을 꺼낼 수 있는 이유는 높은 지지율 덕분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경선 후보 6명의 지지율 합계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당내 일부에선 "이변을 만들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퍼졌고, 정 대표가 자제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의 경우 보수가 강세인 탓에 진보 정당 입장에선 녹록지 않은 지역이지만, 오히려 '보수 회초리론' 여론이 조성되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선거 낙관론이 드러나는 순간 진보 정당에 등을 돌릴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다.
당 관계자는 "대구·경북(TK)은 더 조심해야 하는 지역"이라면서 "어떤 지역도 겸손해야 하지만, TK는 다른 지역 민심과 다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은 "중앙 일부에서 낙관론을 펼치는 순간 영남은 뒤집어질 수 있는데, 21대 총선에서 분위기가 좋았던 부산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 전망' 발언에 다 넘어갔기 때문"이라면서 "정 대표 낙관론을 경계하는 것을 봐선 영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다행이지만, 지역에선 중앙에서 날아온 발언 때문에 영향을 받을까 봐 두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