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내릴 필요 없다"는데
홈페이지 '사진 게시판' 비활성화
선거법 우려? 홍보자료는 여전히 노출
'정원오~권혁민' 사진 의도적 비공개 의혹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해 12월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성동구청 회의실에서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사진은 현재 성동구청 홈페이지에서 비공개로 전환됐다. ⓒ성동구청
[데일리안 = 김주훈 기자] 서울 성동구청이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던 전임 구청장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관련 사진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시판에는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도 다수 포함돼 있다. 구는 선거법 준수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구정 관련 업무 활동을 공개하는 것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 후보 관련 홍보자료는 여전히 남아 있어 '심기 경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성동구청은 정 후보가 구청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공식 홈페이지 내 '사진 게시판'을 비활성화했다. 해당 게시판에는 정 후보가 12년간 구정을 이끌며 활동한 사진이 담겨 있었고, '도이치모터스 성금 기부 전달식' 관련 권 대표와 함께 촬영한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권 대표는 2021년 1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성동구청을 찾아 정 후보에게 겨울나기 성금을 전달했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성금을 전달하며 정 후보와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성금 전달식뿐 아니라 권 대표 등 도이치모터스 임원들과 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홈페이지에 게시됐지만, 현재는 해당 사진 역시 확인되지 않는다.
반면 2017년 1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겨울나기 성금 1000만원을 전달받은 자료는 남아 있다. 구는 시스템 교체 이전 다른 게시판에 올라온 자료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홈페이지 내 '권혁민' 관련 자료는 사실상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해 12월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성동구청 회의실에서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사진은 현재 성동구청 홈페이지에서 비공개로 전환됐다. ⓒ성동구청
구는 사진 게시판 비활성화 이유에 대해 "구청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전임 지자체장 사진을 게시하면 선거법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직선거법 제86조는 공무원이 선거구민을 상대로 특정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구의 해명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일반적으로 해당 조항은 현직 지자체장이 구정 성과를 홍보할 경우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 이를 홈페이지 내 전임 구청장의 과거 구정 활동까지 포함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 관계자는 "구정 관련 업무 활동이 이미 게시된 경우, 선거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무조건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거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비활성화 시킨 것 같다. 다만 선관위가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에 대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게시를 멈춰달라는 말을 따로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2021년 12월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성동구청 회의실에서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사진은 현재 성동구청 홈페이지에서 비공개로 전환됐다. ⓒ성동구청
사진만 비공개로 전환된 반면 정 후보 관련 홍보자료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성동구청 홈페이지에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마지막 결재는 구민 안전…처음도 끝도 안전으로 12년 구정 여정 마무리' 등 홍보성 게시물이 여전히 노출돼 있다. 또 '성동구 인터넷 방송'에는 정 후보의 12년 구정 소회를 담은 신년사 영상 등이 게시돼 있다.
현재 성동구청은 고광현 부구청장이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고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정 후보 재임 시절 부구청장으로 발령됐으며, 정 후보와 고 권한대행은 모두 서울시립대 출신이다.
경쟁 캠프에서는 성동구청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캠프 관계자는 "선별적으로 어떤 것은 공개하고 어떤 것은 비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심기경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후보 캠프 측은 "관여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았다"며 "모르는 일이다"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