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대적 기조에도 안일한 대응 내놓는 통일부
대남 조직 재배치, 방사포 타격훈련에도 '평화공존'만
대북 전략 재정립과 통일부 역할 재검토 불가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면담'을 통한 대북정책과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데일리안 = 허찬영 기자] 북한의 강경한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도 통일부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북한이 대남 조직을 재배치하고 방사포 타격훈련을 진행하는 등 무력 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 체제 존중 등을 골자로 하는 평화공존 정책만을 내세우고 있어 '현실 인식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남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다른 국가로 규정한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맞춰 대남 조직인 '10국'을 외무성 산하로 편입했다. 기존의 민족 공동체 개념 대신 국가 대 국가 관계를 강조하며 대남 노선을 근본적으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가며 우리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고려나 사소한 주춤도 없이 무자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적대적 대남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 같은 북한의 강경 기조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공존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체제 존중, 적대행위 불추진, 흡수통일 불추구 등 '평화공존 3원칙'을 견지하며 긴장 완화와 대화 환경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조선중앙TV화면
또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동영 장관은 "중동 전쟁의 불길이 한반도로 전이되지 않도록 차단하면서 북이 전술적으로 내세우는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은 평화적 두 국가론"이라며 "감성적 통일론이나 감성적 단일국가론보다 현실에 기초한 '평화적 두 국가론'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했다.
북한의 적대적 기조를 '평화'로 억제하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그 효과는 전무한 상황이다. 통일부가 '평화'를 해법으로 제시한 이후에도 북한은 남측을 겨냥한 직·간접 도발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북한은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600mm 초정밀다연장방사포 타격훈련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훈련 목적에 대해 "우리에 대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는 세력 즉 420㎞ 사정권 안에 있는 적들에게는 불안을 줄 것이며 전술핵무기의 파괴적인 위력상에 대한 깊은 파악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20km 사정권'을 직접 언급한 것은 해당 무기가 대남 타격용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위성사진을 분석해 서해 위성 발사장 인근 자강동과 장야동이 지도상에서 사라졌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발사장 확장을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정 장관은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도 "현재로서는 남북 간 군사적인 긴장과 같은 이상 징후는 없다"며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이 방화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처럼 북한이 대남 노선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통일부의 대응 기조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평화공존'이라는 원칙만으로는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실 인식에 기반한 대북 전략 재정립과 통일부 역할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