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왜곡과 허위 아냐…적법 판단"
"시한부 후보"…여야서 우려 제기
중단 요구에도 與 경선 투표 '강행'
피선거권 박탈 시 지도부 책임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연합뉴스
[데일리안 =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서울시장 주자인 정원오 예비후보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법상 여론조사 결과를 임의로 가공해 홍보물로 제작·유포하는 행위는 금지되고 있는데, 이를 정 후보 캠프가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후보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문제없다고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피선거권 박탈'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 후보 캠프의 박경미 대변인은 7일 입장문을 통해 "문제로 삼은 웹자보는 여론조사의 원데이터 수치에 기반해 정확한 계산에 의해 백분율로 재환산했으며, 이를 명확히 표시했다"며 "민주당 경선 투표와 동일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모름' '무응답'을 제외하고 재환산한 것이며, 이를 통해 순위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현재 정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임의로 가공해 홍보물을 제작·유포했다는 논란으로 인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정 후보 측은 최근 민주당 지지층 내 후보 적합도와 관련해 여론조사 업체 3곳(리서치앤리서치·여론조사 꽃·윈지컨설팅)의 조사를 모아 홍보물을 제작했다. 정 후보가 민주당 내 경쟁자(전현희·박주민)와 10~30%가량 격차가 벌어진 결과인데, 문제는 '모름' '무응답' 층을 임의로 제외하고 후보자 간 비율만 다시 계산한 수치라는 점이다.
선거법 제96조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주요 사례에도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지지율 수치를 임의로 변경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선 정 후보는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한 결과, 적법하다고 판단해 진행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특히'모름' '무응답' 층을 제외하고 백분율로 환산해도 기존 순위에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대선 경선 당시에도 언론에서 활용한 방법인데, 민주당 경선 룰에 맞춰서 무응답층을 빼고 백분율로 맞춘 수치"라면서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왜곡과 허위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향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2대 총선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해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꼽힌다. 장 전 부원장은 지지율 3위였던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본인 지지자들의 응답 수치만 인용해 '당선 가능성 1위'라고 홍보했다가 유죄가 선고된 바 있다. 재판 결과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원이 선고돼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됐다.
정 후보의 경우 당초 1위 후보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순위를 왜곡했다고 볼 순 없지만, 여론조사 자체를 임의로 왜곡했다는 점에서 선거법 위반 논란에 직면한 상황이다. 정 후보는 "장 전 부원장은 여론조사 3위를 당선 가능성 1위로 둔갑시킨 것"이라며 "명백한 허위이자 오류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경우"라고 반박했다.
김재섭(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 접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장 전 부원장과 국민의힘의 판단은 정 후보와 사뭇 다르다. 정 후보가 의도성을 가지지 않았다고 해도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서울시장에 당선된다고 해도 향후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돼 선거를 다시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 후보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공세 고삐를 당기고 있다.
김 의원은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는 오늘부로 선거법 위반에 따라 정치적 시한부 후보가 됐다"면서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는 물론,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엄중한 심판이 따르는 중죄"라고 말했다.
장 전 부원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유죄 판결을 언급, "대법원은 지지층이라는 글자가 작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며 "정 후보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한데, 실제 조사기관이 조사하지도 않은 수치를 만들었고 '백분율 환산'이라는 작은 글자로 표기한 것도 대법원 판례를 따르면 무죄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 측은 "끊임없이 네거티브를 펼치다가 급기야 고발이라는 헛다리를 짚었다"며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는 분위기지만, 선거법 위반 논란은 민주당 일부에서도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경쟁자가 제기한 의혹을 가지고 국민의힘이 고발한 상황"이라면서 "정 후보 측은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여론조사는 선거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가공하거나 배포할 때 조심해야 한다. 장 전 부원장의 사례도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당장 경쟁자인 전현희·박주민 후보도 초유의 후보 낙마 사태를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향후 후보 자격과 선거 정당성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면서 당 지도부에 서울시장 본경선 투표 중단이라는 긴급 조치를 요구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는 9일 마감되는 투표는 이날부터 중단 없이 진행 중이다. 정 후보 측은 "투표 중단 여부에 대해 많이 묻지만, 중단될 일 없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정 후보의 선거법 위반 논란이 향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후보를 돕고 있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투표 중단을 요구한 전현희·박주민 후보를 겨냥해 "패배를 자인한 것인가. 원팀 정신이 아쉽다"고 지적할 정도로 경선은 과열된 상태다. 문제는 향후 정 후보가 당내 우려처럼 유죄가 선고될 경우, 당은 패배한 후보로부터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후보 낙마 가능성이 당 안팎으로 제기되는 상황에도 본경선 투표를 강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당내 사안으로 그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21년 부하직원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이후,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꺾고 서울을 탈환했다. 박 전 시장 사태는 오 시장이 서울시장 4선 고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특정 정당의 귀책 사유로 발생한 재보궐선거의 경우, 민심의 호응이 크지 않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정 후보의 선거법 논란 역시 자칫 보수 진영에 서울을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당내 일부에선 정 후보 논란을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이미 1위 후보라는 점에서 법원도 큰 책임을 묻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문제라고 보면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법원의 판단"이라면서 "100만원 이하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이 홍보물이 당내 경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