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리스크 관리 주문, 주요 보험사 한도 10%p 안팎 하향
1분기 잔고 증가·증시 변동성 확대…‘빚투’ 활용 가능성 주목
계약해지 위험 차단 취지지만, 서민성 자금 창구 막힐라
금융당국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주요 보험사들이 대출 한도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연합뉴스
[데일리안 = 김민환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주요 보험사들이 대출 한도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빚투’ 차단과 소비자 보호가 명분이지만,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인 만큼 서민 급전 창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은 최근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잇달아 낮추거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보험계약대출 증가세와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점검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7일부터 보험계약대출 최대한도를 해약환급금의 95%에서 85%로 10%포인트(p) 낮췄다.
다만 기존 한도가 50~70% 수준인 일부 상품은 현행 기준을 유지한다.
현대해상도 보험계약대출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95%에서 85%로 하향 조정했고, 한화손보 역시 전통형·분리형 상품의 대출 한도를 각각 10%p 낮췄다.
KB손해보험은 상품별로 10~20%p 수준의 한도 조정에 나섰고, DB손해보험 등도 한도 축소를 공지했다.
보험계약대출은 가입자가 보유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범위 내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담보 성격이 강해 일반 신용대출보다 접근성이 높고, 급하게 생활자금이 필요한 계약자들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통상 보험계약대출은 연말 자금 수요가 몰리며 잔고가 늘었다가, 연초 상여금이나 퇴직금 유입 등으로 일부 상환되면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계절적 패턴과 달리 1분기 들어 잔고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점이 금융당국의 경계심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지난 3월 한 달에만 5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 보험계약대출이 사실상 ‘빚투’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은 담보대출 성격이 강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만큼, 일반 신용대출보다 자금 조달 문턱이 낮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상환이 지연될 경우다. 보험계약대출의 원리금 규모가 해약환급금을 초과하면 보험계약이 실효되거나 해지될 수 있다.
일부 상품은 보험료를 제때 납입하지 않으면 기존 해약환급금에서 보험료가 차감되는 구조여서, 대출 잔액과 이자가 누적될수록 계약 유지 여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금감원이 해약환급금의 95% 수준까지 대출이 가능한 구조를 부담스럽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출금이 투자 손실로 이어질 경우 상환 불능과 보험계약 해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업계 안팎으로는 보험계약대출을 일률적으로 ‘빚투’ 통로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보험계약대출은 주식 투자 목적뿐 아니라 생활비, 의료비, 학자금 등 단기 유동성 수요를 메우는 수단으로도 널리 활용돼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은 대체로 수백만원 안팎의 급전 수요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일률적으로 ‘빚투’와 연결하는 것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인 만큼 실제로는 생활자금이나 긴급자금 수요가 적지 않은데, 한도 축소가 이어지면 서민들의 급전 창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