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빠른 태백…태백산국립공원서 어르신 일자리 활로
안내소 운영·캠핑세탁·자생식물 관리 등 상생형 일터로 확장
태백시니어클럽 창의점빵.
[데일리안 = 박진석 기자] 강원도 내 노인일자리가 지역 여건에 따라 공공시설과 관광 현장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태백에선 태백산국립공원 안 안내소와 캠핑장, 자생식물증식장이 일터가 됐다. 고령화가 빠른 지역 현실과 관광 수요가 맞물리면서 태백형 노인일자리가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강원도는 65세 이상 인구가 40만4489명이다. 고령화율은 26.8%다. 태백은 전체 인구 3만7088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1만2135명이다. 고령화율은 32.7%다. 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역 내에서 어르신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일터를 확보하는 문제가 더 직접적인 과제가 된 배경이다.
태백시니어클럽은 이런 여건 속에서 태백산국립공원 당골탐방지원센터 창의점빵과 캠핑세탁, 자생식물증식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창의점빵은 공동체사업단이다. 참여자 12명이 하늘전망대 탐방안내와 물품 판매를 맡고 있다. 2~3명씩 6개조로 나뉘어 하루 5시간씩 월 25시간 탄력근무를 한다.
해당 사업은 국립공원과 지역 관광시설 운영 과정에서 생긴 수요를 노인일자리와 연결한 사례다. 당골 집단시설지구 야영장은 연간 이용률이 45% 수준이며, 하늘전망대는 조성 첫해 방문객이 10만명가량 늘었다. 탐방객이 늘면서 안내와 응대, 판매 같은 부가 서비스 수요도 함께 커졌고 시니어클럽이 이 기능을 맡게 됐다.
현장에서 일하는 권성진(71) 씨는 노인일자리의 장점으로 “일단 용돈은 내가 버는 것”이라고 꼽았다. 이어 “삶에 조금 활력도 좀 많이 되는 것 같다”며 “노인들이 여러 사람을 응대하다 보면 성격이 밝아진다”고 했다. 탐방안내와 판매가 단순 보조업무를 넘어 대면 서비스와 사회활동 성격까지 함께 갖고 있다는 얘기다.
태백시니어클럽 캠핑세탁.
캠핑세탁은 태백 노인일자리의 성격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참여자 17명이 3명씩 6개조로 나뉘어 침구 세탁 대여와 무인자판기 운영을 맡는다. 세탁과 건조, 포장까지 마친 침구를 다시 야영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국립공원 측이 직접 제공하던 서비스였지만 이후 운영 방식이 바뀌면서 시니어클럽 참여자들이 현장 운영을 맡게 됐다.
참여자들은 이 일자리가 단순 수입 보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수(75) 씨는 “우리 나이에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이런 데 나와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했다.
이상준(70) 씨도 “건강 관리도 되면서 또 월급 탄다는 그런 기분도 있다”고 말했다. 관광지 현장에서 일과 건강 관리, 사회활동이 함께 이뤄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자생식물증식장은 태백 노인일자리의 또 다른 축이다. 노인역량활용사업으로 3명이 참여한다. 하루 3시간씩 주 5일 근무한다. 태백산국립공원 내 증식장에서 식물 모종과 자생식물을 관리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자생 수종을 키워 숲 조성에 공급한다. 파종과 이식, 이동까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어서 숙련도도 필요한 업무로 꼽혔다.
태백시니어클럽 자생식물증식장.
최관석(71) 씨는 “밖에 나와 몸도 더 움직이게 되고 손주들한테 용돈도 줄 수 있으니 보람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자생식물증식장 일은 일반 작업보다 손이 많이 가고 어느 정도 전문성도 필요한 일”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분들에 대해선 이런 일자리를 조금 더 연속해서 할 수 있도록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백 사례는 고령화가 빠른 지역에서 공공시설과 관광 인프라를 활용해 노인일자리를 넓힌 사례로 읽힌다. 단순 공익형을 넘어 현장 운영과 서비스 기능을 맡는 방식으로 확장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민 태백산국립공원 자원보전과장은 “국립공원은 서비스업 성격이 있지만 공공부문 특성상 작은 부분까지 일일이 챙기기엔 한계가 있다”며 “지역과 국립공원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하나씩 찾다 보니 시니어클럽과의 협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