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7일 방미 장동혁 "일정 부분 성과"
당내선 "미국 간 게 선거에 도움되나?"
송언석 원내대표 조기 사퇴설도 등장
일각 "사퇴로 얻을 이득이 뭐냐" 질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IRI에서 관계자들과 간담회하고 있다. ⓒ국민의힘
[데일리안 = 김민석 기자]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의 방미 행보에 대해 한숨을 내쉬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50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5박 7일간 방미 일정을 소화하고도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당내에선 원내대표 5월 조기 교체설까지 고개를 들면서 당 지도부가 선거를 일찌감치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싱크탱크, 미국 국무부를 방문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보안상 문제로 어떤 분을 만났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못한다.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장 대표는 "이런 문제를 놓고 미국 의원들과 행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고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어쩌면 이런 것들이 이번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쁜 시기이고 당으로서도 해야 할 일이 많지만 방미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장 대표의 발언에 당내에선 반발 여론이 감지되고 있다. 이번 지선의 구도가 외교·안보보단 정치·경제에 치중돼있다는 지적에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미국에 가서 트럼프를 만난 것도 아닌데, 외교와 안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표심에 무슨 영향을 미치겠느냐"라며 "누가 봐도 이번 선거는 내란척결이냐 정권심판이냐로 가는 구도 아닌가. 그럼 당을 통합하고 여당을 공격하는데 집중해야지 미국에서 무슨 호응을 이끌어내겠단 건지 모르겠다. 지선을 미리 포기하겠다는 시그널을 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장 대표와 동행 중인 김민수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으로 인해 당내 우려는 더 깊어지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올린 사진은 장 대표가 조 그루터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과 공화당 소속 대럴 아이사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을 만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친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그루터스 의장이 부정선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우편투표 인정 범위를 제한하는 법안'을 지지한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또 아이사 하원의원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던 인물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방미 일정에 동행한 김민수 최고위원이 미 국회의사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수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스레드
이와 함께 김 최고위원은 영어로 "그루터스 의장은 '투표 참여는 더 많이, 부정투표는 더 적게'(vote more, cheat less)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장 대표가 미국까지 가서 부정선거론을 중심으로 한 국내 강경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어게인의 주요 주장 중 하나가 부정선거를 척결하기 위해 계엄을 했다는 건데 지금 이 시국에 부정선거를 옹호하는 얘기를 하면 표는 더 떨어져 나간다"며 "선거를 이기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저걸 성과로 내건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당내에선 장 대표의 방미 성과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심지어 장 대표는 백악관 신앙사무국 수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불리는 폴라 화이트 목사 면담도 성사하지 못하면서다.
화이트 목사는 지난달 김민석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을 성사시킨 바 있어, 장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깜짝 만남 성사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결국 만남 자체가 불발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 투톱 중 한 명인 송언석 원내대표의 조기 사퇴론까지 불거지면서 당내 불안감은 더 증폭되고 있다. 앞서 송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5월에) 바뀌면 우리 당도 대응 차원에서 원내대표를 조기에 선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의원들 총의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만약 송 원내대표의 조기 사퇴설이 현실화될 경우 지방선거 패배를 예상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전쟁 도중인데 장수를 바꾼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지금 원내대표를 바꿔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이냐"라며 "(송 원내대표) 본인도 어떤 비판에 직면할지 알텐데 그런 선택은 전혀 도움될 것이 없다"고 직격했다.
이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장 대표는 귀국 후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그는 이날 당내 비판과 관련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며 "미국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이야기할 시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의 방미) 평가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있다"며 "국내 상황을 미국에 알리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는 시도와 성과가 있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