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對베네수 제재로 피고인 방어권 제한…국선 변호인 활용은 한계"
◆…미군에 의해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26년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미 마약단속국(DEA)의 삼엄한 경호 속에헬리포트에 도착했다. 2026.01.05. <사진 로이터>
미국 법원이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니콜라스 마두로(63)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기소 기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그의 변호 비용 지급을 가로막는 미 정부의 대(對)베네수엘라 제재 조치가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ABC, 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으로 압송된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69)는 이날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두 번째로 출석했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3일 미군의 전격 작전으로 카라카스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뒤 뉴욕 브루클린 연방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앨빈 헬러스타인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이날 재판 전 협의에서 마두로 측 변호인이 "미 행정부가 제재를 이유로 변호 자금 사용을 막고 있어 방어권이 침해된다"며 기소 기각을 요구한 데 대해 "사건을 기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마두로 부부의 변호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제재 우회 허가에 대해 검찰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OFAC은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에 해당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피고인의 방어권은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라며 "특별 허가가 필요하다면 그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국가 안보 및 외교정책상 이유를 들어 허가 불가를 주장하자 그는 "자기 방어권과 충돌하는 지속적 국가안보 이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마두로 부부는 스스로 변호 비용을 감당할 자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공공 또는 국선 변호인 선임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헬러스타인 판사는 사건의 규모와 복잡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두로 사건은 조사 범위가 방대해 공공 변호인의 업무 수행 능력을 사실상 마비시킬 것"이라며 "솔직히 우리는 이 정도의 사건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마두로 부부는 황갈색 수감복 차림으로 변호인 사이에 앉아 스페인어 통역을 들으며 심리에 집중했다.
플로레스 측 변호인은 그녀가 구금 중 '승모판 탈출증'이라는 심장 질환을 앓고 있으며 긴급한 심장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심리 종료 후 마두로는 변호인과 악수하며 "내일 보자(Hasta mañana)"라고 말한 뒤 미 연방보안관국 요원들의 호송을 받으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월 5일 첫 출정에서 "나는 납치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에 앞서 미 남부연방지검은 마약 테러 공모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마두로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 추가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마두로가 미국으로의 인신 및 마약 운송을 방조한 혐의로도 기소돼야 한다"며 "언젠가 그 혐의가 제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옥에 있던 수감자들을 미국으로 들여보냈고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의 주요 공급책이기도 했다"며 "추가적인 재판이 더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린 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PdVSA)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거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례를 '베네수엘라 모델'로 규정해 현재 전쟁 중인 대이란 압박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법원이 마두로에 대한 기소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적대국 지도자를 직접 사법 처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원은 베네수엘라 정부 자금의 변호사비 전용 허가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