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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다음은 무엇”…토큰화 ‘상품 전쟁’ 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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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본게임] ②

자산 다각화와 구조 설계 역량 콘텐츠 경쟁

시행령 설계가 시장 속도 좌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토큰증권(STO) 시장의 2라운드는 ‘상품’이다. 법제화와 유통 인프라 구축으로 거래의 틀이 완성되자,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

럽게 “무엇을 토큰화할 것인가”로 이동했다. 부동산 조각투자로 출발한 초기 시장이 제도권에 안착하면서, 이제는 어떤 자산이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지에 따라 초기 판도가 갈릴 전망이다. 그간 STO는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 제한적 실험에 머물렀지만, 제도 정비 이후 경쟁의 성격은 달라졌다. 유통 플랫폼과 계좌 체계가 마련된 상황에서 차별화의 기준은 기술이 아니라 상품 구조와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자산을 분할하는 수준을 넘어,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과 명확한 권리 구조를 갖춘 ‘투자 가능한 상품’을 누가 먼저 제시하느냐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부동산 중심 구조가 계속 시장을 주도할지, 아니면 지식재산권(IP)·콘텐츠 권·선박·신재생에너지 등 비정형 자산이 새로운 축으로 부상할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인프라 경쟁이 1막이었다면, 자산 다각화와 구조 설계 역량을 겨루는 ‘상품 전쟁’이 2막의 본질이라는 평가다.

인프라는 마련됐다…다음은 ‘콘텐츠’가 승부처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한국거래소 중심의 KDX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 두 곳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부여했다. 유통 관문이 사실상 두 곳으로 압축되면서 거래·정산·보관 체계는 제도적 틀을 갖췄다. 업계에서는 “고속도로가 뚫렸다”는 평가가 나온다.하지만 고속도로가 열렸다고 해서 차량이 자동으로 몰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 투자 자금은 ‘상품’에 반응한다. 그동안 국내 조각투자 시장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실물 자산을 쪼개 소액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장 초기 확산에 기여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 편중이라는 한계도 지적돼 왔다.

업계에선 이제 토큰증권 시장이 ‘제도적 허용’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상품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인프라가 갖춰진 이상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성과 안정성이다. 어떤 자산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설계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평가다. 부동산 토큰증권은 제도권 편입 이후에도 가장 먼저 상용화가 예상되는 분야다. 다만 기존 리츠(REITs)와의 차별화가 과제로 꼽힌다. 리츠는 이미 성숙한 간접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유동성과 세제 혜택 측면에서도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부동산 토큰증권은 리츠 대비 유동성·제도적 안정성·세제 측면에서 구조적 열위가 존재한다”며 “직접적 대체재가 되기보다 보완재로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토큰화했다’는 기술적 요소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부동산 토큰증권이 시장에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개발형 자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특수 목적 자산 등 기존 리츠가 포괄하지 못한 영역을 공략하거나, 구조적 혁신을 통해 투자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IP·선박·콘텐츠…비정형 자산으로 확장

이 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 발행사들은 자산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을 넘어 ▲지식재산권(IP) ▲선박 ▲미술품 ▲콘텐츠 권 등 비정형 자산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카사·펀블·비브릭 등 부동산 기반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뮤직카우는 음원 권을 토큰증권 구조로 재정비하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미술품 기반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테사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멀티에셋 전략을 표방하는 바이셀스탠다드는 현물·미술품·선박·IP 등 다양한 실물자산을 토큰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SK증권과 기업금융 상품의 토큰증권화를 위해 맞손을 잡았다. 최근에는 국내 IP 전문기업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해 특허 기반 토큰증권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통신·반도체·소프트웨어 분야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토큰화해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구조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산을 ‘쪼갤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투자자가 장기간 보유할 이유를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지속적인 현금흐름, 명확한 권리 구조, 분쟁 최소화 장치가 갖춰진 상품이 결국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은 토큰증권을 단순한 대체자산이 아닌 기존 증권의 디지털 전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블랙록과 JP모건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머니마켓펀드(MMF)·채권·펀드 상품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하며 기관 자금 유입을 이끌고 있다. 토큰화 대상도 부동산·미술품에서 주식·ETF·MMF 등 전통 금융상품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은 토큰증권 경쟁의 본질이 기술 실험이 아니라 ‘자본시장 구조 재설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 발행·유통·수탁·결제 전 과정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법제화를 완료한 만큼, 상품 경쟁력이 글로벌 흐름과 얼마나 정합성을 갖추느냐가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금융 ▲벤처펀드 ▲프로젝트금융 ▲무형자산 영역으로의 확장이 가능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남은 변수는 시행령이다. ▲개인투자자 투자 한도 ▲기초자산 가치평가 기준 ▲증권신고서 요건 ▲광고·판매 규율 등 세부 설계에 따라 시장의 속도와 폭은 달라질 수 있다.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초기 신뢰 형성의 관건이다. 초기 몇 건의 사고가 시장 전반의 인식을 좌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발행사와 플랫폼 모두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경쟁이 1라운드였다면, 이제는 상품 경쟁이 2라운드”라며 “누가 더 많은 자산을 토큰화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매력적인 구조를 설계하느냐가 승부

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이후 어떤 자산이 시장의 ‘킬러 콘텐츠’가 되느냐에 따라 STO 초기 5년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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