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포모, 커지는 빚투] ①
신용공여잔고 33조 돌파 사상 최대
VKOSPI 73.71 기록, 위험 속 추격 매수 확산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이란 사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코스피가 올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자 뒤늦게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상승장에서 나만 돈을 못 벌었다”는 소외 공포(포모·FOMO)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수가 6000선까지 올라설수록 개인 투자자 유입이 두드러졌고, 추격 매수의 상당 부분이 ‘빚투’에 기반하고 있어 이후 급락장이 이어질 경우 손실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변동성 고조에도 개인은 ‘매수’ 유지
증권업계에 따르면 3월 4일 기준으로 신용공여잔고는 33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 상승 기대에 자금을 차입해 투자에 나선 개인이 급증한 결과다. 신용공여잔고는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넘은 직후인 1월 29일 30조원을 넘겼는데, 18거래일 만에 3조원이 불어났다. 코스피가 6000선 안팎에서 강세 흐름을 이어가자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스피 변동성 지표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73.71까지 치솟았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50구간은 ‘극단적 공포’로 해석되는 영역으로 풀이되는데 이를 훌쩍 넘긴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이 지수가 70을 웃돌았고, 코스피는 단기간에 급락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급등락을 이어가는 가운데 변동성 지표도 고공행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의 불안 심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작은 충격에도 가격 변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시장 내 쏠림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코스피 상승·하락 종목 비율(ADR)은 2월 23일 137.39까지 치솟았다. ADR은 최근 20거래일간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값으로, 시장의 과열과 침체 여부를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120을 웃돌면 단기 과열 신호로, 100 아래로 내려가면 투자 심리가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105.28까지 내려왔지만 코스피가 6000을 넘었을 당시엔 시장이 과열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급은 개인 중심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코스피에서만 20조411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달 27일 하루에만 7조원을 팔아치웠다. 고점으로 갈수록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이 발상한 이후 장이 열린 3일에는 5조1460억원을 순매도했고 4일에는 3503억원 순매수하며 급락장에서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이 매도하는 동안 개인이 이를 받아내는 구조가 형성됐다. 지난달 13조8624억원을 순매수한 개인은 지난달 27일 7조원을 사들였다. 3일에도 5조7976억원을 사들이며 매도 물량을 받았다. 4일에는 낙폭이 심하자 7357억원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업계에서 과거 급등장 후반부에 개인이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조정장에서 큰 손실을 본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개인 매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에 집중됐다. 지난 한 달 동안 개인은 삼성전자를 7조4974억원 순매수했고, SK하이닉스는 4조5466억원을 사들였다. 이어 ▲NAVER 9821억원 ▲삼성전자 우선주 6978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39억원 ▲미래에셋증권 3622억원 등 순이다. 삼성전자 우선주까지 더하면 개인의 삼성전자 매수 규모는 8조원을 넘는다.
반면 외국인은 개인과 반대로 삼성전자를 14조5854억원, SK하이닉스 7조6244억원, 삼성전자 우선주 1조1103억원을 매도하며 지난달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으로 기록됐다.
포모에 ‘7조’ 매수한 개인, 다음 날 코스피 7% 급락
개인 투자자들이 ‘빚투’를 확대하면서까지 추격 매수에 나서는 배경에는 증권가의 낙관적 전망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 증시 상단 조정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한다”는 신호로 작용하며 투자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수 증권사는 코스피 상단 전망치를 7000~8000선까지 상향 조정하며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기존 6300~7100선이던 상단 밴드를 7100~8000선으로 높여 제시했다. 기업 이익 개선 흐름과 풍부한 유동성 환경을 근거로, 지수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신용을 동반한 추격 매수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특히 신용거래는 일정 수준 이상 손실이 발생하면 반대매매로 이어져, 지수가 급락할 경우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도 크다.
개인이 지난달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난 2일 각각 9.88%, 11.50%까지 밀렸다. 코스피도 하루 만에 7.24% 떨어졌다. 전 거래일에 코스피에서 7조원 넘게 순매수에 나섰던 개인 자금이 평가손실로 돌아선 셈이다. 이후 4일에 삼성전자(-11.02%), SK하이닉스(-9.05%) 모두 낙폭을 키웠다. 포모에 따른 쏠림 매수가 단기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 심화 우려에 (지난 3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하락세를 나타냈다”며 “아시아 증시 전반이 조정을 보인 가운데 한국 증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이유는 연초부터 2월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이 여타 글로벌 증시 성과를 압도했고, 차익 실현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