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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디비로보틱스 대표 “위험 현장, 사람 대신 로봇이 상식인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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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설계부터 3단계 안전 구조 적용

“올 초 중공업 회사와 계약…대기업 공급도”

“300조 가치 수술용 로봇 ‘다빈치’처럼 되겠다”

윤성희 디비로보틱스 대표가 서울 강동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민규 기자]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대한민국 산업 현장은 오랫동안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강력한 규제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에게 안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지난달 10일 만난 디비로보틱스의 윤성희 신임 대표이사는 이 지점에서 로봇 산업의 새로운 ‘실수요’를 발견했다고 눈을 반짝였다.

서울대 경제학부와 시카고대 MBA를 거쳐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한국대표 등 30여 년간 글로벌 금융 시장을 누벼온 윤 대표가 거친 현장 냄새 물씬 나는 로봇 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그는 "디비로보틱스의 로봇 개발 실적과 그 과정에서의 뼈아픈 실패 데이터는 자본시장의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자산”이라며 "글로벌 경영 문법을 입힌다면 한국발 로봇 혁신이 세계 인프라의 표준이 될 수 있을 것"라고 확신했다.

“사고는 매일…기술 한계 아닌 실행의 문제”

윤 대표는 현재 산업 안전의 패러다임이 ‘가수요’에서 ‘실수요’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한민국 산업 현장의 이면을 냉정하게 짚었다.

반도체 회사 직원들이 질병에 노출되거나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나는 일은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비일비재하며, 대기업들의 관리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방진복에 의존하는 정도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윤 대표는 “과거에는 로봇 도입이 홍보용이나 보여주기식이었다면 이제는 중대재해 예방이 기업의 재무 성과보다 우선시되는 평가 기준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봇 도입 비용보다 산업안전 리스크로 인한 평판 하락과 비용이 더 크다는 인식이 시작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공공부문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 심사’에 따르면 심사 대상이 기존 73개에서 104개로 확대되며 모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평가 범위에 포함됐다. 특히 사고 사망자 비중이 높은 건설현장을 보유한 심사 대상 기관은 28개에서 48개로 대폭 늘어났고, 현장 중심의 실태 점검이 강화됐다. 또 ‘2026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서는 주요사업 내 안전 지표를 근로자·발주공사·대국민 재해율 등 개별 지표로 분리해 정확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이같은 공공부문의 안전관리 실적 강화는 결국 위험한 현장에 사람 대신 투입될 수 있는 로봇 도입의 급격한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윤 대표의 시각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반죽기 사고와 같은 비극을 언급하며 기술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해당 사고가 사회적 지탄을 받은 이유는 결국 ‘막을 수 있었던 사고’ 즉 인재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윤 대표는 “어머니의 손맛이 필요한 영역이 아닌 한 식품 공정이나 초정밀 산업에서 로봇을 활용한 인명 사고 예방은 이미 기술적 한계가 없는 상황이다”고 단언했다. 이어 “현장에서 거의 모든 공정이 자동화와 무인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기대과 투자 비용 사이의 복잡한 셈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결국 실행의 문제이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사람이 위험한 곳에 들어갈 이유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디비로보틱스는 로봇 설계 단계부터 ‘3단계 안전 구조’를 적용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제어와 수동 제어 전환은 물론 전원이 완전히 차단된 마비 상황에서도 사람이 진입하지 않고 외부에서 로봇을 물리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설계를 기본으로 한다.

윤 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고장 나면 공정을 중단하고 사람이 직접 진입해 회수해야 하는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상황 자체를 전제로 설계한다”고 했다. 즉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로봇을 쓰는 게 아니라 사람이 들어갈 상황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기술의 목적”임을 강조했다.

윤성희 디비로보틱스 대표가 서울 강동구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민규 기자]

“롤모델 인튜이티브 서지컬처럼”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도입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윤 대표는 “올 1월 국내 중공업 회사 1곳과 위험작업에 투입할 로봇 개발에 관한 포괄적 계약을 체결했다”고 귀띔했다. 해당 회사가 로봇을 통해 산업안전 제고와 생산성 향상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송도에 위치한 한 대형 건설사와 아파트 외벽 페인팅 작업을 수행할 로봇에 대해 협의를 시작했다”는 윤 대표는 건설 현장에서도 구체적인 레퍼런스(참고 사례) 확대를 진행 중에 있다.

렌털 서비스 기반의 사업모델도 설계했다. 이는 기업의 로봇 도입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경제적 해결책으로, 벌써 대기업 1곳과 진행 중에 있다. 그는 “중대재해 방지 로봇은 가격이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만큼 자체 재원만으로는 도입에 한계가 있다”며 “수요처의 초기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 렌털 서비스를 상반기 중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비로보틱스는 상반기 내 대기업들과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스케일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이 같은 자신감의 바탕에 디비로보틱스의 37년 업력과 300건 이상의 로봇 개발 실적이 있다고 봤다. 그는 “로봇은 많이 만들어본 곳이 제일 잘하며 실패를 통한 개선 과정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로봇 업계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글로벌 기업들 역시 수많은 실패 데이터를 통해 현재의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디비로보틱스는 로봇의 핵심인 ▲액츄에이터부터 ▲제어 시스템 ▲유압기 등 전 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다. 그는 “현장 환경에 최적화된 부품이 시중에 없기 때문이다”며 “고위험 산업 현장에서 ‘위험한 공간에 들어가는 로봇은 곧 디비로보틱스’라는 인식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디비로보틱스가 롤모델로 삼는 기업은 수술용 로봇 ‘다빈치’로 세계 시장을 제패한 미국의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이다. 이 회사는 약 300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연간 1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로봇 전문 기업의 상징이 됐다.

윤 대표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 로봇이 의료 현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표준이 된 것처럼 디비로보틱스도 고위험 산업 현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표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위험한 곳에는 사람이 아니라 디비로보틱스 로봇이 간다는 말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대표로서의 소명”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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