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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클수록 좋다?…‘몸집 줄이기’가 기업 가치 키운다 [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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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규모보다 전문성과 책임성이 경쟁력

‘소수 정예’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 표준으로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정영호 대신경제연구소 거버넌스컨설팅센터 팀장·수석연구원] 기업 이사회의 적정 규모를 둘러싼 논의가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몇 명이 이사회 회의실에 앉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사회 규모는 ▲전략적 의사결정의 속도 ▲경영진 감독의 실효성 ▲나아가 주주가치 제고와 직결되는 지배구조의 핵심 변수다. 최근 주요 상장사를 중심으로 이사회 정원 축소 및 정예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 문제는 내부 행정 사안을 넘어 시장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 이사회 ‘슬림화’

글로벌 선진 시장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미국 S&P 500 기업들의 평균 이사 수는 약 10.8명으로, 1980년대 초반의 16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40년에 걸친 지속적인 슬림화다. 영국 FTSE 100 기업들의 평균은 10.2명, 일본 닛케이 225 기업들도 10.4명 수준이다. 국가별 제도적 차이는 있지만, 선진 시장의 이사회 규모는 10명 안팎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활동이 있다. 엔론·월드컴 사태 이후 2002년 도입된 사베인스-옥슬리법은 미국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요구하며 소수 전문가 중심 이사회 선호를 강화했다. 일본의 경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기관투자자 유입과 함께 소규모 이사회와 사외이사 확대 요구가 본격화됐으며, 이에 부응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가치 프리미엄을 받았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이사회 규모에 대해 획일적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기업의 특성과 지배구조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글래스 루이스는 최소 5인 이상, 20인 이하 범위를 제시하면서 과도한 대규모 이사회에서는 이른바 ‘주방의 요리사가 너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역시 이사회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개별 이사의 책임성과 관여도가 약화된다고 지적하며 정예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과도한 이사 수 확대에는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이사회 최적 규모

학계의 실증 연구들은 이사회 규모와 기업 성과 사이에 ‘역U자형’의 비선형 관계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사회 규모가 커질수록 초기에는 전문성과 다양성 및 감독 기능 강화로 기업 성과가 개선되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의사소통 비용 증가와 무임승차 문제로 성과가 오히려 하락한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약 2500개 기업의 10년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역시 동일했다. 시장가치(Tobin’s Q)·성(ROA)·양적 성장(총자산성장률) 모두에서 ‘역U자형’ 관계가 확인됐고 최적 이사회 규모는 약 7~9명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 수준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이사회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규모 이사회일수록 기업의 시장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는 Yermack(1996)·Eisenberg et al.(1998) 등 해외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국내외 기업 사례들도 같은 교훈을 보여준다. 신한금융지주는 사모펀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수용을 위해 2022년 14명까지 확대됐던 이사회를 2023년 11명으로 축소했다. 특수한 필요성이 소멸된 후 신속하게 정상화에 나선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독일의 알리안츠·BASF·포르쉐 역시 노동자와 주주가 동수로 참여하는 공동결정제도 아래 20명을 넘던 감사회를 유럽 주식회사 전환 이후 12명 수준으로 줄이며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였다. 미국의 P&G와 GE도 행동주의 투자자와의 위임장 대결 과정에서 이사회 규모를 늘렸지만, 갈등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전문성 중심의 정예 체제로 재편했다.

종합하면 경영권 분쟁이나 대형 인수합병(M&A)·외부 투자자 참여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이사회 규모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기업들은 대부분 10명 내외 체제로 복원됐다. 국가와 산업을 막론하고 선도 기업들의 이사회 규모는 7~12명 범위로 수렴하며, 이 범위가 경영 감독과 의사결정 효율성의 균형을 최적화하는 ‘스위트 스팟’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단순히 이사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예화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중심으로 내실화하되, 이사진은 전략·재무·기술·리스크 등 전문 영역을 다룰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또한 위원회 구조 재정비와 이사회 성과평가 체계 고도화를 통해 이사회가 전략과 리스크에 대한 실질적 감독 기구로 기능하도록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구조 개편의 취지와 중장기 거버넌스 로드맵을 공개해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

이사회 규모의 합리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사회 기능의 실질화와 책임성 강화를 위한 출발점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정예화된 이사회를 경영 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변화의 신호로 인식한다. 덩치 큰 이사회가 기업을 더 잘 이끈다는 것은 오래된 오해다. 진짜 경쟁력은 정예화된 이사회가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토론과 명확한 책임에서 나온다.

정영호 대신경제연구소 거버넌스컨설팅센터 팀장·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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