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여파로 역대 최대 폭으로 폭락해 5100선마저 내준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이제 무섭기까지 해요.” 최근 미친 듯이 요동치는 코스피를 두고 나온 말인데요, 정말 그렇긴 합니다. 코스피는 올해 1월 4300선에서 출발해 같은 달 27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5000선을 상회했고, 한 달도 안 된 2월 25일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습니다. 1700포인트나 뛰어오른 데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은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든 모습이라서 투자자들 중에는 놀라움을 넘어 두렵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증시로 돈이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는데, 이 중에는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도 상당합니다.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월 26일 기준 32조368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월 29일 사상 처음 30조원을 돌파한 이후 한 달도 안 돼 2조원 이상 늘었으며, 작년 말 27조2864억원에서 올해 들어서만 약 20% 급증했습니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를 중단했습니다.
빚투 열기는 이 같은 수치뿐 아니라 각종 주식 토론방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 맞벌이 부부는 ‘국내 증시가 불장이라서 1억원을 대출받았다. 잠시 쓰고 갚을 건데…’라며 자신들의 빚투 상황을 자세히 얘기하면서 다른 투자자들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제 빚투는 특별한 사례가 아닌, 일종의 보편적인 투자 행태가 된 모습입니다. 그 이면에는 ‘나만 뒤처질 수 없다(FOMO, 포모)’는 불안감과 ‘이번 기회에 인생 역전을 하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 한 증권업계 임원은 “요즘 집 등 자신의 고액 자산을 걸고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하는 분들이 있다”며 “주식으로 돈 벌 기회가 왔고 놓치면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애기했습니다.
문제는 증시가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겁니다. 끝없이 치솟을 것 같던 국내 증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라는 예상치도 못한 악재에 6000선이 단번에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의 낯빛이 파랗게 질렸습니다. 한 빚투 직장인은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공포에 휩싸인 모습이었습니다.
빚투의 무서움은 하락장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주가가 하락해 담보유지비율이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를 단행합니다. 이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주가는 더 하락하고, 이는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합니다. 자칫하면 평생 일궈온 자산을 한순간에 잃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주식 투자는 여윳돈으로 하라’는 겁니다. 또 개별 종목을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라고 권합니다.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원칙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라.” 지금은 누군가의 률을 부러워할 때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