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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가 스타트업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게 맞을까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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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베이스 패소·루센트블록 사례…’위험 공유’라는 근간 흔들려

법적 정당성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 생태계의 신뢰’

[구글 제미나이]

[최화준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 새해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창업 의욕을 꺾는 안타까운 소식이 잇달아 날아들었다.

첫 번째 소식은 투자자인 신한캐피탈을 상대로 한 3D 공간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항소심 패소다. 2023년 사업 악화로 회생 절차를 밟던 어반베이스에 대해, 신한캐피탈은 하진우 대표 개인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 신한캐피탈은 투자 주체가 벤처캐피털(VC)이 아닌 신기술사업금융사라는 점과, 연대 책임 청구가 아닌 ‘주식매수청구권’을 계약 근거로 내세워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투자사-창업자 간 위험 공유 원칙 깨지나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번 판결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투자사가 피투자 기업 창업자 개인에게 기업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과거의 악습인 연대 책임과 다를 바 없는 전례 없는 사례다.

본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창업자는 투자 유치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투자사는 투자를 통해 그 위험을 떠안는 협업 방식이 상식으로 통용되어 왔다. 이를 통해 벤처 금융과 스타트업은 위험을 공유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투자사가 창업자에게 사실상 원금과 이자를 청구한 셈이어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양측의 신뢰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번째 소식은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의 장외거래소 인가 심사 탈락이다. 2018년 설립된 루센트블록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우량 부동산에 소액 투자가 가능한 토큰 거래 시장을 개척해 왔다.

문제는 올해 초 장외거래소 예비 인가 심사에서 루센트블록은 고배를 마신 반면,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 같은 대형 기관들이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 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불모지였던 시장을 일궈왔다. 오랫동안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성을 실증한 혁신 기업은 탈락하고, 시장을 관망하던 대형 기관들이 그 열매를 가져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과거 제도권 금융 기관들은 법적 규제와 해석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토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당시 시장을 만들고 혁신을 이끈 이들은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들이었다. 그들은 입법 기관을 설득하고 행정 기관에 호소하며 길을 닦았다. 정작 인가 심사에서는 시장 밖에서 관망하던 기관들만 통과했으니, 심사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허세영(사진) 루센트블록 대표가 지난 1월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360'에서 열린 'STO 장외거래소 인가 관련 입장'을 알리는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법과 제도 아닌 ‘창업 문화’라는 관점 필요

어반베이스에 승소한 신한캐피탈과 인가 심사를 통과한 대형 기관들은 모두 법적으로나 절차상 문제가 없으며 정당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필자의 심정은 복잡하다. 법적 결함이 없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이 ‘정당한 결과’라는 주장에는 수긍하기 어렵다.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의 스타트업 특성을 몰랐을 리 없다. 연대 책임을 묻지 않는 벤처 금융의 본질 또한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루센트블록 사례도 마찬가지다. 인가 심사 기관이 기존 제도권 금융의 잣대가 블록체인 기반 혁신 사업 심사에 적합하다고 믿었는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시장의 낡은 기준으로 혁신 기술 사업을 측정한 것부터가 오류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금융 관료들의 ‘짬짜미’ 심사라는 혹독한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법은 허점이 있을 수 있고, 제도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법이 ‘최소한의 도덕’이듯, 제도는 사회 구성원이 합의한 인식과 문화라는 토대 위에서 명문화되어야 한다.

창업 영역도 마찬가지다. 투자자와 창업자가 위험을 공유하는 파트너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이들의 업적을 우대하는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올바른 제도가 정립될 수 있다. 우리 생태계는 이번 사태들을 생태계 내부의 윤리와 공익을 저해하는 처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새해 초 이재명 정부는 ‘국가창업시대’를 선언하고, 대국민 창업 오디션인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생태계도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국가 주도의 행사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정부는 건강한 창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더욱 세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반베이스나 루센트블록의 사례처럼 혁신가들의 노력이 제도라는 이름 아래 부정당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진정한 국가창업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단순한 행사를 넘어, 더 나은 창업 문화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

최화준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로 창업생태계와 창업실패를 연구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창업생태계 현장을 모두 경험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창업생태계를 가까이 하면서 창업자들과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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