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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만큼 주주 환원 늘려”… 금융권, 경영 패러다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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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50%, 변화하는 은행]①

‘CET1 13%’ 마지노선 구축, 자사주 소각·감액 등 환원 수단 총동원

중동발 전쟁 위기 변수, 조달 비용 상승·건전성 악화는 지속 가능성 시험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월 우리금융 본사에서 열린 ‘2026년 우리금융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 시계가 ‘자본 효율성’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을 기반으로 자산 덩치를 키워 ‘리딩금융’ 자리를 다퉜다면, 이제는 ‘가진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느냐’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기업 특성상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제는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도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지난해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17조9588억원으로 2024년보다 9.4%(1조5383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이익을 낸 KB금융은 5조843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신한금융도 4조97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4조29억원, 3조14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이자이익이 2.6%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이 16.7% 증가하면서 금융지주의 곳간을 채웠다.

사상 최대 실적 발판…자사주 소각· 대폭 확대

주목할 점은 금융지주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도 대폭 확대할 것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KB금융의 올해 1차 주주환원 재원은 총 2조8200억원 수준이다. 현금에 1조6200억원, 자사주 취득에 1조2000억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것이다. 상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자사주 신규 매입은 사실상 소각을 전제로 이뤄지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주가 상승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는 만큼, 금융지주의 이런 행보를 주주환원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한금융은 지난 1월 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완료했고, 2월에는 추가로 5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이미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1조2500억원을 사용했고 현금에 1조2500억원 등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실행했다. 하나금융도 올 상반기 총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도 올해 자사주를 2000억원 규모로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33% 많은 수준이다.

금융지주들이 이처럼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기업 가치를 올리는 ‘밸류업 프레임워크’가 있다. 그중 하나가 보통주자본비율(CET1·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지닐 수 있는 기초 자력)이다. 주요 지주사들은 CET1 비율 13%를 ‘주주환원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다. 자본 적정성을 나타내는 이 지표가 13%를 넘을 경우 초과분을 주주에게 하거나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는 방식으로 환원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KB금융은 주주환원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월 진행된 KB금융의 컨퍼런스콜(기업설명회)에서 나상록 KB금융지주 전무(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일정 CET1 비율을 초과하는 자본은 모두 주주환원 재원으로 약속한 바 있다”며 “열려 있는 주주환원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고 했다. 우리금융도 올해 상반기 CET1 비율이 13%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추가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준석 흥국증권 연구원은 “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에 따른 시너지 창출과 맞물려 회사에 적용되어 온 구조적 할인율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과세’ 감액 카드…중동발 전쟁 변수는 불안 요소

금융지주사들의 감액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감액이란 이익이 아니라 회사가 쌓아둔 자본준비금(자본잉여금)을 줄여서 그 돈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방식을 말한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 아니라 주주들이 처음 냈던 자산이나 회사의 기초 자본 중 일부를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일반적인 을 실시하면 이를 받는 소액 주주는 ‘소득’에 대한 세금 15.4%(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하지만 감액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우리금융을 필두로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 역시 이를 검토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환원이 앞으로 계속될 것인지 속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서민 대출 금리 인하 등 공공성 역할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생산적 금융’을 통해 소비성 가계대출 대신 지역 유망 기업이나 산업에 투자하면서 장기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와 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지만,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확대도 우려할 대목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고조로 인한 중동발 전쟁 위기는 전 세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차단은 국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은행의 조달 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과 건설업계의 연체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은 막대한 대손충당금(손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을 쌓아야 한다. 이익의 감소는 물론 주주환원의 척도인 CET1 하락으로 이어져 밸류업 프레임워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보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경기 침체로 전 세계가 타격받을 수 있다”며 “이 경우 금융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게 되면 주주환원에 대한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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