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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과 사우나가 돌아왔다고?”...디지털 피로시대가 던지는 물음 [허태윤의 브랜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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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피로에 지친 2030…아날로그 회복 공간으로 몰린다

씻는 곳에서 연결되는 곳으로…사우나, 새로운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

서울의 한 목욕탕 입구 간판. [사진 연합뉴스]

[허태윤 칼럼니스트] 지난 겨울, 홍대 서교동 골목에 러닝화를 신은 20대들이 모였다. 프리미엄 러닝 편집숍 ‘아웃오브올’이 기획한 ‘사우나 런’ 행사다. 참가자들은 3~5km를 함께 달린 뒤, 화목난로로 60~80℃까지 달군 텐트 사우나에서 뭉친 근육을 풀었다.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8회 진행된 이 이벤트에는 총 114명이 참여했고, 이 중 2030 세대 비중은 40%에 달했다. 숙취도, 스마트폰도 없는 시간이었다.

데이터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사우나’ 검색량은 지난해 9월 대비 올해 1월 79% 급증했다. 이 가운데 44.5%는 2030 세대가 차지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공간이 조용하지만 빠르게 세대교체를 겪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이 없는 마지막 공간

이 변화의 본질은 웰니스 트렌드가 아니다. 더 정확히는 ‘디지털 피로’다.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을 외치던 세대는 이제 ‘오회완’(오늘 회복 완료)으로 해시태그를 바꾸고 있다. 신체의 한계를 밀어붙이던 집착이 몸을 돌보는 감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선택한 회복 방식은 역설적이다. 더 정교한 디지털 솔루션이 아니라, 철저한 아날로그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일본에서는 LP 레코드 판매가 CD를 역전했고, 손으로 쓰는 수첩 ‘테초(手帳)’ 문화가 2030 사이에서 부활했다. 핀란드는 학교에서 손글씨 수업을 되살렸고, 미국에서는 책을 읽기보다 스마트폰 없이 머무를 공간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하는 ‘도서관 르네상스’가 나타나고 있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신체 감각의 회복이다.

사우나가 그 중심에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0~80℃의 열기는 어떤 앱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자극이다. 몸을 강제로 현재에 묶어두는, 가장 원초적인 경험이다. 스마트폰 반입이 차단되는 것은 규칙이 아니라 이 공간의 본질에 가깝다. 디지털 피로의 시대가 낳은 해독제가, 가장 오래된 아날로그 공간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예산 덕산온천관광지 노천탕 [사진 연합뉴스]

씻는 공간에서 ‘소통 공간’으로

이 같은 수요는 사우나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Bathhouse는 1930년대 공장을 개조한 사우나 클럽이다. 이곳에서는 고온의 스팀룸에서 무알코올 목테일을 마시며 낯선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타월 한 장만 두른 상태에서는 직급도, 명함도, 브랜드 로고도 의미를 잃는다. 같은 열기 속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연대의 조건이 된다.

일본은 이 흐름을 문화로 확장시킨 대표 사례다. 사우나에 무관심하던 직장인이 마니아를 만나 세계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담은 사도 (サ道)는 만화에서 드라마로 이어지며 젊은 층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토토노우(ととのう·정돈되다)’, ‘사밥(サ飯)’, ‘사활(サ活)’ 같은 신조어가 일상어로 자리 잡았다.

이 문화는 다시 공간으로 이어졌다. 작가 다나카 카츠키는 도쿄 시부야에 SAUNAS를 열었다. 핀란드산 목재 사우나, 140cm 이상의 냉탕, 사우나 후 이용 가능한 회의실과 굿즈숍까지 갖춘 이 공간의 콘셉트는 ‘계획된 비집중’이다. 콘텐츠가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공간으로 확장된 사례다.

경기도 용인시 캐리비안베이에서 모델들이 카피바라 테마로 꾸며진 편백 나무 노천탕과 핀란드식 원통 사우나 등 '윈터 캐비 스파'를 즐기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SNS 기반 사우나 커뮤니티와 ‘사우나단’이 등장하고, 사우나 후 출근하는 루틴까지 공유된다. 과거 PC방과 카페가 맡았던 ‘세대의 사랑방’ 역할을 이제 사우나가 이어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웃오브올’의 사우나 런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러닝 이벤트가 아니었다. 브랜드가 고객의 ‘회복’을 설계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실제 참여자 67%는 가장 만족스러운 요소로 ‘프로그램 구성’을 꼽았다. 제품이 아니라 경험이, 판매가 아니라 회복의 기억이 브랜드 충성도를 만든다는 의미다.

일본의 ‘사도’가 만화에서 드라마로, 다시 공간으로 이어진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콘텐츠가 문화를 만들고, 문화가 공간이 되며, 공간이 브랜드로 확장된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소비자가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경험을 누가 먼저 설계하느냐다. 그 ‘내려놓음’을 설계할 수 있는 브랜드가 다음 시대의 충성도를 가져간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랜드가 가장 보이지 않는 순간에 브랜드는 가장 깊이 기억된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회복의 기억’을 남기고 있는가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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