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리신으로 생성 자체 차단…염증·인슐린 저항성 동시 개선
비만과 당뇨를 악화시키는 핵심 물질 '엔도트로핀'을 천연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 제시됐다. 대사질환의 원인을 직접 겨냥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박지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천연물 유래 약물 '니제리신(nigericin)'이 비만 지방조직에서 생성되는 엔도트로핀을 억제해 섬유화와 염증, 인슐린 저항성을 동시에 개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니제리신이 콜라겐의 절단을 막아 엔도트로핀 생성을 억제하는 과정. 니제리신은 제6형 콜라겐에 결합해 단백질 분해 효소(MMP)의 절단을 막고, 그 결과 엔도트로핀 생성을 억제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조직의 섬유화와 염증이 줄어들고, 인슐린 저항성도 개선되는 효과가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연구팀 제공
엔도트로핀은 지방세포 주변 콜라겐이 잘려 생성되는 신호 단백질로, 비만 상태에서 과도하게 증가해 지방조직 기능을 떨어뜨리고 당뇨 등 대사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니제리신이 엔도트로핀의 전구체인 콜라겐(COL6A3)에 직접 결합해, 이를 절단하는 효소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생성 자체를 억제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기존 치료제가 염증이나 유전자 발현을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것과 달리, 병리 신호의 '출발 단계'를 차단하는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동물실험서 혈당 30%↓…대사 기능 개선 확인"
실제 동물 실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고지방 식이를 통해 비만을 유도한 쥐에 니제리신을 투여한 결과, 지방조직의 섬유화와 염증 반응이 감소했으며 공복 혈당이 약 30% 낮아지고 인슐린 감수성도 개선됐다. 간이나 신장 기능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1000여 종의 천연 화합물을 단계적으로 선별해 저산소 환경에서도 엔도트로핀 생성을 안정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물질로 니제리신을 도출했다. 이 물질은 방선균이 생성하는 천연 화합물이다.
박지영 교수는 "엔도트로핀 생성 과정을 직접 차단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비만과 당뇨뿐 아니라 지방조직 섬유화가 동반되는 다양한 대사질환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실험과 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지난 5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