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중 10명, ‘여분의 갈비뼈’(경추늑골) 보유 추정…동맥 눌러 혈액순환 막는 ‘동맥성 흉곽출구증후군’의 주요 원인
젊은 여성이 팔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갈비뼈가 다른 사람(12쌍 24개)보다 한 개 더 많은 19세 여성이 갑자기 오른쪽 팔과 손에 심한 통증과 마비 등 증상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됐다. 여분의 갈비뼈(경추늑골)는 빗장뼈(쇄골) 밑 동맥을 압박해 팔에 피가 통하지 않는 급성 허혈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19세 여성은 갑자기 오른쪽 팔과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심한 통증과 마비, 피로감 등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뜻밖에 갈비뼈가 다른 사람들보다 한 개 더 많은 상태인 경추늑골을 갖고 있었고, 이 때문에 빗장뼈 밑 동맥(쇄골하 동맥)이 눌려 팔에 피가 통하지 않는 급성 허혈 증상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ULB) 에라스무스 병원 연구팀은 이 환자는 평소 근무 중에 팔을 반복적으로 많이 쓰는 업무를 해왔고, 증상이 나타나기 15일 전부터 피임약(복합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검사 결과 빗장뼈 밑 동맥이 완전히 막힌 상태였고, 이 때문에 '동맥성 흉곽출구증후군'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긴급 혈전(피떡) 제거술을 시행한 뒤 동맥을 압박하던 경추늑골을 제거했다. 다행히 환자는 수술 후 재활 치료를 거쳐 정상으로 되돌아갔다. 연구팀에 의하면 선천적인 뼈 이상으로 갈비뼈가 한두 개 더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으며, 이 상태에서 반복적인 팔 동작이나 피임약 복용 등 혈전(피떡)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인자가 더해지면 급성 허혈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동맥성 흉곽출구증후군에 대한 진단이 너무 늦어지면 팔다리 절단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팔의 색깔이 변하거나 차가워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Acute Upper Limb Ischemia as a Presentation of Arterial Thoracic Outlet Syndrome in a Young Patient: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사례 속 환자는 태어날 때부터 여분의 갈비뼈, 즉 경추늑골을 갖고 있었으나 그동안 확인된 바 없다. 사람은 남녀 모두 24개(12쌍)의 갈비뼈를 갖고 있다. 그 이상 여분의 갈비뼈 자체나 여분의 갈비뼈를 가진 상태를 경추늑골이라고 한다.
환자가 걸린 동맥성 흉곽출구증후군은 목과 어깨 사이의 좁은 공간을 지나가는 동맥이 여분의 갈비뼈 같은 주변 구조물에 의해 짓눌려 생기는 병이다. 경추늑골이 있으면 빗장뼈 밑에 있는 동맥이 끊임없이 눌려 피의 흐름이 막히고, 혈관 벽이 손상되고, 혈전이 생긴다. 이들 혈전이 팔 아래로 흘러가 혈관을 막으면 팔다리 괴사 등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경추늑골을 갖고 있는 사람은 뜻밖에 많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일반 인구의 약 1%가 경추늑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구 집단에 따라 0.58~6.2%가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인다. 경추늑골 보유자의 70%는 여성이다.
◇흉곽출구증후군의
세 가지 유형
= 압박을 받는 부위에 따라 신경성, 정맥성, 동맥성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신경성 흉곽출구증후군은 목에서 팔로 내려가는 신경 다발(상완신경총)이 눌려 발생한다. 팔과 손에 저림, 통증, 근력 약화 등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을 취할 때 증상이 심해진다. 전체의 약 95%가 이 유형이다.
정맥성 흉곽출구증후군은 빗장뼈(쇄골) 밑 정맥이 눌려 혈액이 심장으로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할 때 발생한다. 팔이 갑자기 붓거나 푸르스름하게 변하며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는 증상을 보인다. 전체의 약 4%가 이에 해당한다. 이 사례 속 환자가 걸린 동맥성 흉곽출구증후군은 빗장뼈 밑 동맥이 눌려 팔로 가는 혈류가 막힐 때 발생한다. 팔이 하얗게 질리고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며 맥박이 잡히지 않는 등 응급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전체의 1% 미만이 이 유형이다.
동맥성 흉곽출구증후군은 경추늑골 외에도 각종 뼈와 근육의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첫 번째 갈비뼈의 모양이 기형이거나, 목뼈 옆으로 튀어나온 뼈 돌기(목뼈의 횡돌기)가 너무 길게 자라나면 동맥을 압박할 수 있다. 후천적으로는 빗장뼈 골절이 제대로 붙지 않거나 뼈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통로를 좁게 만들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목 근육(전사각근)에 비정상적인 섬유성 띠가 생겨 동맥을 옭아매거나, 운동선수처럼 어깨 근육이 과도하게 발달해 혈관을 누르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런 신체 구조적 결함이 있는 상태에서 팔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피임약 복용 등으로 혈전 위험이 높아지면 급성 동맥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팔을 위로 들어 올릴 때 팔의 통증 마비 등 증상이 심해진다면 흉곽출구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자가 진단법으로 '선서' 자세를 취하듯 양팔을 옆으로 벌린 뒤 3분간 주먹을 쥐었다 펴는 검사(루스 검사)를 권장한다.
통증이나 저림으로 3분도 채우지 못하고 팔을 떨어뜨린다면 흉곽 출구 부위가 압박을 받고 있을 확률이 높다. 특히 목디스크와는 다르게, 팔의 온도나 색깔이 변한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혈관 압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흉곽출구증후군의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어깨와 목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생활 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특히 팔을 자주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은 어깨를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을 자주 해서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과체중은 어깨 하중을 높여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적정 체중의 유지에 힘써야 한다. 먹는 피임약 복용이나 흡연은 혈전의 위험을 높이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갈비뼈가 한 두개 더 있는, 즉 경추늑골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그 사실을 모를 것 같은데,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1. 평소에는 증상이 없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흉부 X-선 촬영이나 CT 검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곤 합니다. 다만 팔을 들어 올릴 때 통증이 심하거나 손이 자주 차갑고 저리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2. 흉곽출구증후군의 세 가지 유형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요?
A2. 발생 빈도는 가장 낮지만 동맥성이 가장 위험합니다. 동맥이 막히면 팔 조직에 산소 공급이 중단돼 짧은 시간 안에 괴사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신경성은 만성적인 통증과 불편함이 주된 문제입니다.
Q3. 경추늑골이 있으면 수술해야 하나요?
A3. 아닙니다. 갈비뼈가 더 많더라도 혈관이나 신경을 압박하지 않아 증상이 없다면 치료할 필요없습니다. 하지만 혈전(피떡)이 생기거나 신경 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로 해당 갈비뼈를 제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