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다이글로벌·무신사 몸값 10조원 안팎 거론
M&A로 외형 키우고 해외 확장 기반 마련
피스피스스튜디오 등도 상장 대열 합류
증권가 " 안정적인 이익 구조 증명이 숙제”
패션·뷰티 기업들이 연이어 기업공개(IPO)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구다이글로벌, 무신사 등이 대어급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하이라이트브랜즈, 피스피스스튜디오 등도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IPO 성공을 위해서는 이들이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증명해야 한다고 본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일본 법인명을 ‘D&ACE’에서 ‘구다이글로벌재팬’으로 변경하고 현지 사업 확장에 나섰다. 상장을 앞두고 자회사 업무를 체계화하고, 해외 유통망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 제품 이미지. /구다이글로벌 제공
이달부터 구다이글로벌 본사에는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씨티그룹 등 주관사단 전담 인력이 파견돼 상주 근무를 시작했다. 회사는 실사에 앞서 조직 곳곳에 IPO 경험이 있는 인력을 대거 영입하며 조직을 정비해 왔다.
구다이글로벌은 공격적인 M&A 전략으로 급성장한 뷰티 기업이다. 주력 브랜드로는 북미 시장에서 선크림으로 이름을 알린 조선미녀가 있다. 티르티르, 스킨푸드, 라운드랩 등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바라는 기업 가치는 10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구다이글로벌 매출액은 전년대비 294.5% 증가한 1조4700억원, 영업이익은 98.4% 증가한 273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 인수한 티르티르, 스킨푸드, 서린컴퍼니 등 실적을 합산할 경우 매출은 1조7500억원, 영업이익은 4014억원으로 늘어난다.
또 다른 최대어 후보로 꼽히는 무신사도 국내외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도 기업 가치 약 10조원을 목표로 하는 상황이다.
최영준 무신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실적이나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기업 가치 8조~10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무신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1% 증가한 1조4679억원, 영업이익은 36.7% 증가한 140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오픈한 코닥어패럴 일본 하라주쿠 플래그십 매장. /하이라이트브랜즈 제공
패션 브랜드 10여 개를 전개 중인 하이라이트브랜즈도 IPO를 공식화했다. 2019년 설립된 하이라이트브랜즈는 코닥 어패럴을 시작으로 말본골프, 시에라디자인 등을 국내외서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라이트브랜즈의 지난해 매출은 2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167%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사는 해외 사업 확장을 기반으로 IPO 전까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꽃 그래픽으로 잘 알려진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는 피스피스스튜디오도 상장에 나섰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금융위원회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기관 수요 예측은 5월 11~15일, 일반 청약은 같은 달 20~21일 진행된다.
다만 유통가에서 IPO를 추진하다 시장 변수로 계획이 좌초된 사례도 적지 않다. 컬리는 2022년 유가증권 시장 상장 예비 심사까지 통과했지만, 투자 심리 악화로 이듬해 상장 계획을 자진 철회했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2023년 IPO를 시도했지만, 기관 투자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 4일 일본 도쿄 시부야 근처 무신사 팝업 스토어가 예정된 건물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뉴스1
유통가와 시장에선 구다이글로벌과 무신사 모두 기업 가치 10조원 안팎을 내다보고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는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적절한 비교 대상(피어그룹)이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가장 큰 변수는 성 지속 여부”라며 “특히 화장품 시장은 인디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차이나 뷰티(C뷰티)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몸집을 키우기 위한 M&A나 해외 투자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해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성장성만큼이나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신사의 경우 피어그룹으로 넷플릭스, 닌텐도, 조조타운, 유니클로, 에이피알 등이 거론된 상황이다. 플랫폼과 유통, 자체 브랜드가 혼재된 사업 특성 때문에 비교 대상이 분산됐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피어가 뚜렷하지 않아 적정 가치를 산정받기 어렵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