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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VIEW] AI 참수작전… 기계가 지휘하는 전쟁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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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공습하고 있는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은 현대 전쟁기술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가 신뢰가 걸린 외교 협상을 맥거핀(무의미한 대상을 중요하게 보이게 하는 장치나 소재)으로 쓰는 기만전이나 해킹·크래킹으로 상대의 인터넷·통신을 마비시키는 사이버전은 이미 고전이 됐다고 할 정도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격 첫날에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가족, 그리고 참모의 위치를 잡아내 폭격으로 제거하는 참수작전을 벌였다. 전자전 항공기와 미끼 비행 등을 앞세운 SEAD(적 방공망 제압)로 지역 제공권을 장악한 다음이었다.

미군 중부사령부, '특별한 능력을 갖춘 시스템' 운용 밝혀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관저가 폭격으로 불타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란도 자국산과 러시아·중국에서 들여온 방공망이 있고, 하메네이도 극비회의를 열었을 텐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어떻게 시간과 장소를 파악해 정밀 타격으로 이런 전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물론 정보와 위성감시 등 다양한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정보가 하메네이 제거작전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2일 보도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이렇게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었을까. 도대체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신속하게 공격을 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힌트가 하나 있다.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가 2일 이번 작전에 '특별한 능력을 갖춘 시스템'을 운용했다고 언급한 것이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스라엘의 가지지구 작전경험과 미국 정보력, 기술력 합작에 무게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육군전쟁대학(AWC) 산하 전략연구소(SSI) 등의 기사와 논문 등을 종합하면 해당 시스템은 군사용 인공지능(AI)일 가능성이 크다. AI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신속하게 정보와 공격을 연결하고 작전을 치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전쟁(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치르면서 실전에서 축적한 'AI 저격 기술'이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이야 미국이 가장 진보됐을 수 있지만 전장에서 표적의 감시와 동선추적, 행동 데이터 수집, 그리고 암살이나 저격 작전 같은 실전 경험과 데이터는 이스라엘만큼 많이 축적한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기간 동안 하마스와 무장단체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 대원 수만 명을 색출해 표적 폭격·포격 등으로 무력화해왔다. 이 과정에서 기존 AI 프로그램을 빅데이터로 딥러닝을 추가로 시키고 작전 경험도 다량 축적하며 전술을 고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경험과 데이터, 그리고 기술을 서로 공유해 사용하면서 작전의 시너지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얼굴과 손을 제외하고 온 몸을 가리는 차도르를 입은 이란 여성이 1일 테헤란에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산의 황금돔 사진을 들고 울고 있다 . 이란에서 차도리로 불리는 파도르 착용 여성은 통상 국가의 지원을 받는 직종 근무자이거나 시아파 사제가 있는 등 종교색이 강한 집안 출신이다. 성전산은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천마를 타고 방문하고 승천했다는 전승이 있으나 실제로 방문한 역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란 이슬람 정권은 아랍어와 이란어로 알쿠드스로 부르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로부터 수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스라엘, 하브소라·라벤더 AI 이용해 무장대원 추적 제거

이스라엘은 가자전쟁에서 무장대원을 추적·저격하면서 주로 2개의 AI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장비 탐색용 '하브소라(Habsora: 히브리어로 복음·Gospel을 의미)'와 사람 탐지용 '라벤더(Lavender)'로 표적 인물의 위치·이동·활동 상황을 감시·추적해왔다.

이스라엘군은 이 AI 프로그램들에 수많은 무장대원의 사진·의무기록·감시자료 등 방대한 데이터를 머신러닝(기계학습)시켜왔다. AI는 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드론 등으로 포착한 인물이 데이터 속 무장대원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해 표적으로 삼을지를 신속하게 판단하게 된다. 무장대원으로 식별되면 AI는 이를 인간인 작전 요원에게 공격 목표물로 추천한다.

예로 무장대원들이 언제 지하터널에서 나와 집으로 쉬러가는지, 어떤 경로로 전투 현장으로 이동하는지 등에 대한 다량의 감시 정보를 수집해 빅데이터를 만든다. 그러면 AI가 축적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목표의 좌표와 최적의 타격 시간을 산출해 작전요원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 뒤 작전부대의 승인이 떨어지면 드론이나 전투기·무장헬기·야포 등이 동원돼 표적을 제거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다목적 드론인 헤론은 건물과 개인을 동시에 감시하고 표적화하며 실제 폭격에도 나서는 등 폭넓게 활용됐다.

이스라엘의 장기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가자시티. /로이터=뉴스1

하메네이 제거작전, 가자전쟁에서 무장대원 색출하며 기계학습시킨 AI가 실행했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인 하메네이 제거 작전도 이처럼 기계학습을 시킨 고도 AI를 이용해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최고지도자 본인과 비서진·참모진, 그리고 경호원과 운전기사 등의 동선과 행동 특성 데이터를 장기간에 걸쳐 다량으로 축적한 결과 위치를 파악하고 바로 그 시간에 정밀폭격을 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휴민트(인간정보)·시긴트(신호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수집해 빅테이터화한 결과다. 그 결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가 안보·정보 관련 핵심인사들을 은밀히 만나는 바로 그 타이밍에 공습을 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AI 프로그램 하브소라와 라벤더로 가자지구에서 무장대원들을 표적암살해온 작전은 군사정보 세계에서 '대량암살공장' 운영으로 불린다고 한다. 이 작전에는 이스라엘군에서 사이버전 등을 전담하는 8200부대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8200부대원들은 전역 뒤 이스라엘의 주요 산업인 IT 스타트업 창업과 운영의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AI를 이용한 표적 제거가 폭격이나 포격, 드론 공격 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표적 주변의 애궂은 민간인이 이른바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자전쟁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가 8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그 비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가자지구에서 지난달 26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가자전쟁 개전 이후 이곳에선 8만 명 이상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로이터=뉴스1

두뇌형 '켄타우로스'에서 근육형 '미노타우로스'로…전쟁에서 인간과 AI의 비중 역전 우려

또 다른 문제는 군사작전에서 인간과 AI의 역할 비율이 갈수록 역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현대전의 특성 때문이다. 현대전에서 지휘관들은 지휘(Command)·통제(Control)·통신(Communication)·컴퓨터(Computer)·정보(Intelligence) 등 5대 요소를 자동화하고 통합한 전술 지휘통제체계인 C4I로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신속·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문제는 AI의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군사용 AI가 초기에는 '켄타우로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간의 머리와 몸통에 말의 다리를 갖춘 괴물)'였다면 현재는 '미노타우로스(황소의 머리와 꼬리에 인간의 몸통을 가진 괴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용 AI 사용에서 인간이 기계를 지휘한다면 '켄타우로스 전쟁'에 해당하다. 인간의 두뇌와 심장이 의사결정의 핵심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고차원적인 의사결정을 맡고, 인간은 그 통제와 명령을 받아 물리적·전술적 임무를 중심으로 수행한다면 '미노타우로스 전쟁'에 해당한다. AI가 최적의 타격 좌표와 시간을 결정하고 인간은 전투기나 미사일, 드론의 발사나 조종만 맡는다면 미노타우로스의 전쟁에 해당하는 식이다.

이는 미국 육군과 국방부 지도부를 위한 전략적 연구·분석을 수행하는 미국육군전쟁대학(AWC) 산하 전략연구소(SSI: Strategic Studies Institute)에서 제시하는 미래 유인-무인 협력 전투 수행의 개념이다. 미래전에서 의사결정을 AI가 주도하고 인간은 부수적인 존재로 참여한다면 가뜩이나 비인간적인 모습이 더욱 황폐해질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소도시 드루즈키브카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고 폐허가 된 모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AI를 이용한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AI 앞세운 '초거대전쟁'-위성·소셜미디어 AI로 분석해 위치 파악

일부 AI 연구자들은 인간이 의사결정에 거의 또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오로지 AI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되는 전쟁을 '하이퍼 워(Hyperwar·초거대전쟁)'라고 부르고 있다. 초거대전쟁은 이미 현실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사용 AI는 가자전쟁에서는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영상정보와 표적의 지리적 정보를 통합해 미사일이나 드론 등으로 정밀 공격하는 전술도 그 중 하나다. 병사들이나 가족·친구의 소셜미디어 콘텐츠나 오신트(OSINT·공개출처정보)를 분석해 부대나 장비의 위치를 파악해 표적으로 삼는 전술도 이젠 일반화됐다.

전장 데이터를 AI에게 분석시켜 드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더욱 효과적으로 개량하기도 한다. 이는 군사용 드론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드론이 현대전에서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이처럼 AI와 결합해 시너지를 낸 덕분일 수도 있다. 전장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는 군사용 로봇, 즉 피지컬 AI 전투 시스템의 개발과 개량에도 똑같이 응용될 수 있다.

'클로드' 만든 앤트로픽, AI의 군사적 사용 둘러싼 윤리 논쟁의 중심에

생성형 AI '클로드'를 만든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와 미국 국방부 사이에서 벌어진 AI 군사적 사용의 윤리 논쟁을 형상화한 이미지./로이터=뉴스1

이러한 상황은 AI의 군사적 사용에 대한 윤리 논쟁을 부르고 있다. 생성형 AI인 '클로드'를 출시한 미국 AI 빅테크 '앤트로픽(Anthropic)'이 이 프로그램의 군사적 사용을 두고 미 국방부의 갈등을 빚은 것도 그중 하나다. 앤트로픽은 이란 공습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령으로 '모든 정부 기관에서 퇴출'됐다.

사건은 지난 1월초 미군이 당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작전에서 팔란티어와 함께 앤트로픽의 기술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불거졌다. 앤트로픽은 클로드를 비롯한 자사 AI 모델에 '안전하고 윤리적이며, 무해하개 행동'하도록 하는 '자연어 기반 규칙 세트(앤트로픽 헌법)'를 학습시켜왔다.

미 국방부는 항의하는 앤트로픽에 오히려 AI의 군사적 활용을 전면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자기 규범이 확실한 앤트로픽은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퇴출됐다. 이 사건은 AI의 군사적 사용을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야흐로 AI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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