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영지 기자〉조달청이 공공기관 납품 가격이 시중가보다 3배가량 비싼 걸 방치하는 등 가격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감사원은 오늘(19일) 공개한 '조달청 정기감사' 결과에서 "조달 쇼핑몰 물품만 구매하도록 하는 다수공급자 계약 물품 의무구매제도(MAS)로 인해 수요기관의 선택권이 제약되고 예산이 낭비됐다"고 지적했습니다.MAS는 조달청이 다수 업체와 단가계약을 맺어 조달쇼핑몰에 등록하면 공공기관이 해당 쇼핑몰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2005년 가격과 품질 선택권 확대를 취지로 도입됐습니다.하지만 주방기구 소독기 등 370개 제품을 표본으로 분석한 결과, 스피커와 심장충격기 등 157개 제품(42%)의 납품단가가 시중가보다 최소 20%에서 최대 297%까지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제품은 시중 100만 원대 제품이 228만 원에 납품되는 사례도 확인됐습니다.감사원은 “이들 제품은 시중품과 설치 조건이나 규격만 일부 다르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관리망을 우회*하여 과도한 고가에 납품되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조달청은 매년 약 78만 개 제품 가운데 1만 3000개만 선정해 시중가 대비 가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98%는 대해서는 기본적인 가격 모니터링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일부 업체는 조달청으로부터 고가 납품 이유를 소명하라는 요구를 받자 제조사에 시중 판매가격 인상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46개 제품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이 의심되는 행위가 확인됐습니다.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조달청의 공공조달 구조를 “범죄적 폭리”라고 비판하며 개혁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조달 행정의 경쟁과 투명성 강화를 주문했습니다.이번 감사는 2019년 당시 경기도가 제기한 고가 납품 논란 사례 일부와 2024년 조달청 자체 점검 대상 등을 포함해 진행됐습니다. 경기도는 시중가보다 비싼 MAS 제품 1392개 사례를 제시하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혁신성·공공성 있는 초기 시제품 등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할 수 있고 구매에 따른 손실 등에 대해 책임을 면책해주는 혁신제품 제도 역시 취지와 달리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관별로 지정 대상에 대한 공통 세부 기준 없이 제각각 운영되면서, 중기부 등 4개 부처는 과거 우수제품으로 납품된 실적이 있는 11개 상용품을 혁신제품으로 지정하는 등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옛 특허청 등 4개 부처에서는 혁신제품 지정취소 사유인 특허권 소멸·이전 등이 발생한 17개 제품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지정요건이 결여된 업체가 수의계약 납품 자격을 계속 유지한 사례도 확인됐습니다.아울러 특정 우수제품이 수의계약을 통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거나, 저가 수입 제품이 단순 가공을 거쳐 고가 우수제품으로 납품되는 등 조달시장 건전성이 훼손될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납품 비중 과도 여부를 판단할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2024년 기준 인조잔디 등 11개 품명은 우수제품을 통한 수의계약 납품액 비중이 90%를 넘는 등 독과점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여기에 조달청이 2023년 12월부터 업체 부담 경감 등을 이유로 우수제품 지정 기준에서 핵심 공정 직접 수행 기준을 삭제하면서, 저가 수입 제품에 단순 도색 등 공정만 거쳐 고가 우수제품으로 납품한 사례도 확인됐습니다. 또 위반 업체에 대해 부정당업자 제재만 하고 지정 취소 처분은 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이밖에 기획재정부는 입찰 포기 시 제재 규정을 완화하면서 부작용 방지 대책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입찰 포기 증가와 낙찰가 상승을 초래했고, 조달청은 법적 근거 없이 퇴직자가 재취업한 기관에 수의계약을 맡긴 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사례도 확인됐습니다.감사원은 조달청과 기획재정부에 대해 제도 개선과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등 총 18건의 개선 요구 조치를 통보했습니다.
〈사진=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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