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치매 환자의 자산 관리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자칫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있는데 그 규모만 150조원이 넘습니다. 정부도 이런 '치매머니'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현장 목소리, 공다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축 없이는 걸음을 내딛기 힘듭니다.
현관문을 여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3년 전,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안모 씨.
투병 끝에 올 초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은 간병을 하던 여성이 치매에 걸린 안 씨의 돈을 갈취했다며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안모 씨 딸 : 겉옷도 못 입는 수준이었고 병세가 심했었거든요. 1000만원을 주는 형태로 출금을 조금씩 했더라고요.]
계좌에 남은 잔고도 모두 털어갔다고 합니다.
[안모 씨 딸 : 9월에 쓰러지셨을 때 카드를 갖고 가서 90만원 전액 송금. 저희 아버지는 말을 할 수가 없었는데 돌려달라고 해도 끄떡없어요.]
치매 환자들이 보유한 자산, 일명 '치매머니'는 154조원.
고령화로 2050년에는 488조 규모로 급증할 전망입니다.
이동영 씨의 노모 역시 15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병세 악화로 본인 확인이 불가능해지면서 자산은 한순간에 묶여버렸습니다.
[이동영/서울 방배동 : 자산이 있어도 마음대로 집행을 못하는 그런 불편한 상황입니다. 약도 먹고 나아지겠지 기대도 하고 준비를 타이트하게 안 했죠. 저도 언제 갑자기 치매가 올지 모르는데…]
범죄의 표적이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A씨 : 문을 잠그고 나왔는데 한참 가다 다시 돌아가서 제대로 잠갔나 확인하는 그런 경우가 있었죠. 치매가 생길 수도 있고 보이스피싱이라든지 사기 수법이 저보다 먼저 빨리 발전하잖아요.]
치매머니 관리 필요성이 커지자 국민연금공단은 치매 환자나 후견인과 신탁계약을 맺고 자산을 관리하는 대신 병원비, 생활비 등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이달 말 시범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보다 폭넓은 지원책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제철웅/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어르신들이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데 부동산은 신탁이 안 되거든요. 경도인지장애가 오기 전에 미리미리 계획을 세우는 쪽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범위를 넓히는 것들이 필요…]
[영상취재 장후원 이주원 영상편집 김지우 영상디자인 김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