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띄우기 시작한 국영언론들
유엔서는 "미·이스라엘 전쟁범죄" 비난
BBC "시민들 거리로 나와 축하 움직임"
한 여성이 1일 이란 테헤란의 엥게랍 광장에서 전날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서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자 이란 정부가 40일간의 국가 추도기간을 선포했다. 수도 테헤란 광장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졌지만, 일부 지역에선 거리에서 축하 움직임이 관측되는 등 이란 내 분위기는 크게 갈라진 모양새다.
이란 국회의장 "레드라인 넘어… 대가 치를 것"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이 공식 확인된 1일 이란 테헤란의 한 광장에서 하메네이의 사망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국영방송 등 현지 언론은 하메네이를 '순교자'로 일제히 추앙하며 추모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란 국영방송은 1일(현지시간) "각하께서는 이란의 신성한 성소를 수호하는 길에서 순교의 달콤하고 순수한 잔을 마시고 지고한 천상의 왕국에 합류하셨다"며 하메네이의 사망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도 이날 테헤란 시내가 사람으로 가득 찬 모습과 함께 "이맘 하메네이의 순교 이후 수도(테헤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발적으로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살아남은 이란 정부 요인들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한 마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스라엘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가 2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이란은 외교 무대에서도 미국과 이란을 비난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28일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주변국들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을 자위권 행사로 규정하며 "적대 세력의 모든 기지와 시설, 자산은 합법적인 군사 표적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라바니 대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수백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이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기도 했는데, 앞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州) 미나브에 위치한 여자초등학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아 이란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 추정 1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BBC 등 외신 "사망 소식에 곳곳 환호성"
반정부 성향의 이란 독립 매체 '맘레카테'가 1일 엑스(X)를 통해 공유한 영상. 길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등 환호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해당 영상이 카라지의 주택가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하메네이 사망 소식이 전해지기 이전에 게시된 이력이나 인공지능(AI)에 의한 조작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맘레카테 X 캡처.
그러나 공식 반응과는 달리 하메네이의 죽음을 환영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의 사망을 발표한 이후 여러 도시에서 사람들이 축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해당 영상 가운데 2건의 진위를 검증한 결과 조작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축하 움직임은 수도 테헤란뿐 아니라 이란 곳곳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하메네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테헤란과 인근 도시 카라지, 중부 도시 이스파한의 거리에서 축하 행사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 또한 이날 "모든 사람이 거리로 나와 축하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 함성이 들린다"는 소식통 발언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