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간 전 지구 기후 자료 분석 연구
'폭염 → 가뭄' 복합재해 두 배 넘게 증가
지구온난화 넘어 지표-대기 상호작용 영향
지난해 9월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가뭄으로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지난해 8월 강릉에는 극한 가뭄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생활용수 공급난이 3주 넘게 지속됐고, 각 지역의 소방차·급수차 500여 대를 동원해 저수지에 하루 3만여 톤의 물을 쏟아부어도 용수 고갈을 막을 수 없었다.
당시 가뭄은 여름철 극한 폭염이 유발하는 새로운 자연 재해, 즉 '돌발 가뭄'으로 꼽힌다. 6개월~1년 시간을 두고 서서히 진행되는 통상적 가뭄과 달리, 폭염으로 토양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해 갑자기 발생하는 가뭄이다.
예상욱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팀이 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강릉 사례처럼 폭염과 가뭄이 동반되는 '복합재해' 발생 빈도가 8배 급증했다. 연구팀이 1980년부터 2023년까지 44년간 전 지구의 일일 기후 데이터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폭염이 먼저 발생하고 가뭄이 뒤따르는 복합재해가 급증했다. 후반기 관측 기간(2002~2023년) 폭염 선행형 가뭄의 영향 지역 면적은 전반기(1980~2001년)보다 2배 이상(약 110%) 늘었다. 가뭄이 먼저 발생한 뒤 폭염이 발생하는 재해 증가율은 약 59%였다. 지역별로는 남미 몬순 지역과 북미, 동유럽, 중앙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에서 복합재해가 늘었다.
연구진은 핵심 원인으로 2000년대 초반 이후 강화된 '지면-대기 상호작용'을 지목했다. 폭염으로 달궈진 지표면이 대기를 가열하고, 이것이 다시 토양을 건조하게 만드는 고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더해 추가적 증폭을 일으키는 기전(메커니즘)이다.
논문 제1저자인 김용준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연구원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복합재해 급증 시점의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0.6~0.7도 상승한 수준으로, (파리협정의 마지노선인) 1.5도 상승보다 더 이른 시점부터 이 같은 양상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의 재난 관리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짧은 시간에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폭염 선행형 복합재해는 기존 체계로는 예측 및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 교수는 “월별 자료 중심의 기존 가뭄 연구와 예·경보 체계로는 이런 유형을 포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마존 등 주요 사례를 보면 삼림 벌채 등 급격한 지표면 변화가 지면-대기 상호작용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토지 이용 정책 역시 기후재해 대응의 핵심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