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편함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한국 여권. 게티이미지뱅크
실생활에 불편 없이 단지 개인적 선호 때문에 여권 영문(로마자) 표기를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이상덕)는 이모(36)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씨는 여권 성 표기를 'LEE'에서 'YI'로 변경해 달라는 신청이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학창 시절부터 금융 거래, 영어 능력 시험, 사원증 등에 'YI'를 사용해 왔다면서, 여권 표기도 이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1차 여권 발급 시 '이'를 'YI'로 표기해 신청했으나 담당 공무원이 임의로 'LEE'로 고쳐 발급했다"며 "2019년 2차 여권을 발급할 때도 'YI'로 표기해 발급받길 원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LEE'로 받았다"고 했다.
법원은 외교부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외국 정부가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전후로 해당 여권 소지자의 동일성을 식별하기 어려워지면서 대한민국 여권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며 "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생활상 불편을 제거할 필요성이 큰 때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고 설명했다. 'LEE'를 'YI'로 바꾸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본 것이다. 더불어 이씨가 'YI'로 썼다는 신용카드, 영어능력시험 성적증명서, 사원증 등은 언제든지 쉽게 변경해 재발급받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씨 역시 로마자 성명 정정·변경 사유를 규정한 여권법 시행령 조항 제1~10호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보충적 조항인 11호(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근거하면 변경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역시 "원고도 생활상 불편이 아니라 단지 'YI' 표기를 선호하는 개인적 신념 때문에 변경 신청을 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아무런 불편이 없고 단지 개인적 만족을 위한 경우를 11호로 포섭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