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 느려져 하루 길이 세기당 1.33 밀리초 증가
"21세기 말 기후 변화 영향이 달의 인력 넘을 것"
2023년 8월 그린린드에서 여름철 기온에 녹아내린 빙하가 바다에 떠 있다. AFP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늦춰 하루의 길이를 점차 늘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이 인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지만, 초정밀 시간을 활용하는 정보기술(IT) 기기나 심우주 탐사 등 첨단 기술 체계에 연쇄적인 오류를 일으킬 수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과학계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와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지구의 하루 길이가 세기(100년)당 약 1.33밀리초(㎳·1,000분의 1초) 정도로 길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JGR)'에 최근 발표했다.
하루가 길어지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막대한 양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지구 전체의 질량을 재분배하기 때문이다. 질량이 지구의 자전축(회전축)에서 멀어질 수록 회전 관성이 커져 자전 속도가 느려진다. 모스타파 키아니 샤흐반디 빈 대학교 연구원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팔(질량)을 몸 쪽(회전축)으로 모으면 회전 속도가 빨라지고, 반대로 팔을 뻗으면 회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연구에 활용한 저서성 유공충 화석. 취리히 연방공대 제공
연구진은 과거의 자전 속도 변화를 알아내려 해저에 쌓인 단세포 해양 생물인 '저서성 유공충' 화석을 분석했다. 화석 껍질의 화학적 성분으로 지난 수백만 년 동안 해수면 변동을 역추적한 뒤, 이를 인공지능(AI) 확률 모델에 대입해 과거의 하루 길이 변화를 정밀하게 재구성했다. 그 결과, 현재의 자전 속도 저하 현상은 지난 360만 년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인 걸로 확인됐다.
밀리초 단위 변화는 일상에서 체감이 어렵지만, 초정밀 시간 동기화에 의존하는 현대 기술 인프라에는 중대한 오차를 유발할 수 있다. 전 세계 컴퓨터 네트워크와 금융 거래 시스템 등 글로벌 IT 인프라는 1,000분의 1초 단위로 데이터를 주고받기에, 자전 속도 변화에 따른 시간 오차가 누적되면 시스템 충돌이나 데이터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위성항법장치(GPS)도 지구의 자전 주기를 기준으로 작동해 미세한 오차가 보정되지 않으면 지상에서 심각한 위치 추적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온난화가 지속되면 21세기 말에는 기후 변화가 하루 길이에 미치는 영향이 수십억 년간 자전 속도를 늦춰온 달의 인력마저 넘어설 것이라고 봤다. 특히, 지구의 자전 속도는 화성 등 심우주를 향하는 탐사선의 궤도를 계산하는 핵심 기준점이어서, 아주 작은 자전 오차가 수 ㎞ 이상의 궤도 이탈을 부를 수 있다. 베네딕트 소야 취리히 연방공대 교수는 "인간의 영향에 따른 급격한 자전 속도 변화는 정밀 우주 항법 등 여러 분야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