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전국 세무서 안내방송 송출
과거 악습 탈피 및 조직문화 혁신
3대 금지 행위 규정… 휴식권 강화
식약처는 구내식당에 80석 혼밥존
임광현 국세청장이 1월 26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6년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부 모시는 날 근절 캠페인 '듀티 페이(Duty Pay)', 내 밥값 의무입니다. 간부 모시는 날, 이제는 사라질 때입니다."
13일 오전 11시 50분쯤, 국세청 본청에서 흘러나온 안내 방송이다. 아직도 이런 악습이 남아 있나 싶지만, 국세청은 지난달 11일부터 본청과 7개 지방국세청, 133개 세무서에서 점심시간과 퇴근 10분 전 이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안내 멘트는 총 7가지. 아울러 국세청 감찰담당관실은 공식 메일을 보낼 때 'Duty Pay' 표어 이미지까지 첨부하고 있다. 이번에는 없어져야 할 인습을 꼭 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듀티 페이(Duty Pay) 표어 이미지. 국세청 제공
간부 모시는 날이란 하급 직원들이 순번을 정해 직속 간부들의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을 말한다. 말이 관행이지 의무다. 과거 부정부패가 만연했을 때 이 관습이 자리 잡았다는 게 정설이다.
일부 직원들이 민원인들에게 받은 뒷돈으로 간부 식사를 대접하던 것을 시작으로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것
이다. 특히 경찰이나 국세청처럼 '상명하복' 문화가 뚜렷한 조직일수록 취약했다. 물론 공직사회가 깨끗해지면서 간부 모시는 날도 대부분 사라졌다. 소통을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남아 있는 정도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4월 전 부처를 상대로 실시한 2차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11.1%가 최근 한 달 내 이 악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정부도 이번엔 간부 모시는 날을 근절하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실제 김민석 국무총리가 직접 챙기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동참했다. 임 청장은 지난해 11월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비롯해 간부회의 등에서 "이 악습은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행안부가 이달 3차 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간부 모시는 날 경험률이 높은 기관은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한 상황이라 이 명단에 포함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국세청은 이번 기회에 조직 문화 자체를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하급자가 상급자의 식사 비용을 부담하는 행위 △회식 명목으로 식사 강요 행위 △불투명한 과비 갹출 등을 3대 금지 행위로 규정했다. 특히 식사 강요 행위는 직원의 개인시간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직원 개인의 휴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15일 "캠페인 이후 간부와 직원 간 점심식사나 회식이 현저히 줄었다"며 "듀티 페이 안내방송을 민원인들이 들어 민망해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조직 변화를 위해선 당분간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달부터 구내식당 1인용 좌석 80개를 '혼밥존'이란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혼자 밥 먹는 문화를 반영하고 부하 직원이 식사 시간에 상사 눈치 보지 않도록 하는 취지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