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송기로 중동 4개국 국민 대피
이륙 직전까지 폭격으로 '조마조마'
14시간 비행 끝 귀환…"원팀의 성공"
1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중동 상황 악화로 공군 다목적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귀국한 현지 체류 교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번 대피 작전의 명칭은 사막의 빛이다. 뉴스1
“집에서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여서 너무 무서웠어요.”
이란의 대규모 공습을 받고 있는 바레인을 탈출해 15일 한국에 도착한 정서은(10)양은 담담하게 자신이 경험한 전쟁을 묘사했다. 그러나 정양이 머물렀던 바레인은 집에서도 미사일 공격이 보일 정도로 일촉즉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정양의 가족은 정부의 노력으로 안전하게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한 후 이날 무사히 한국 땅을 밟았다. 정양은 "사우디 공항에서 우리나라 비행기를 보니 신기했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며 웃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항에서 14일(현지시간) 출발한 우리 교민과 외국 국적 가족, 일본인 등 211명은 이날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중동 전역으로 확대된 전황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국민에게 빛을 비추겠다며 ‘사막의 빛’이라고 이름 붙인 군 수송기 투입 작전이 성공적으로 완수된 순간이다.
중동 교민 등을 태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는 이날 오후 5시 59분쯤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떠난 지 꼬박 14시간 만의 일이다. 긴장 속에 비행을 마친 교민들은 정부 관계자의 환영을 받으며 수송기에서 내렸다. 탑승객들은 태극기를 손에 쥔 채 정부 관계자와 하이파이브나 악수로 무사 귀국을 축하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가족들과도 입국 수속을 마치고 눈물의 상봉을 했다.
현재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중동 하늘길이 막히면서 상당수 교민의 발이 묶인 상태다. 정부는 당초 리야드에 민항기나 전세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안전을 고려한 결과 군 수송기가 파견됐다.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바레인, 쿠웨이트, 레바논 등 중동 4개국 교민이 탈출을 위해 이틀에 걸쳐 리야드로 모였다.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현지 공관은 버스를 빌려 교민을 리야드까지 이동시켰고, 이슬람 라마단 기간을 고려해 샌드위치 등 음식과 물을 직접 준비했다. 귀국 항공편이 계속 취소돼 한국행이 막막해졌던 김영자(69)씨는 “집에 돌아올 수 있을지 불안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와서 올 수 있었다”라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중동 교민들이 전한 현지 상황은 여전히 긴박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이 두 명과 탈출한 박모(43)씨는 “미사일 공격을 워낙 많이 봐서 비행 중에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부모님과 딸과 함께 대피한 이선아(41)씨는 업무로 현지에 남은 남편을 떠올리며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번 작전은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공항 인근 미군 기지 폭격을 위해 이동하는 드론이 목격되면서 영공이 통제된 탓에 이륙이 한 차례 늦춰졌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이후 비행은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정부도 사우디아라비아부터 한국까지 10개국의 영공 통과 협조를 단 하루 만에 끌어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교민을 맞이하기 위해 직접 공항에 나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중동 4개 국가의 국민을 한 곳으로 집결해 (한국으로) 온다는 것은 외교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다”라면서 “우리 정부의 완벽한 원팀 작전 성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