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실감형 광화문 프로젝트' 감사 결과
구체적 기획·장소 없는 상태서 계획서 승인
감사원 "용역비 부당집행에 대해 문책 요구"
2022년 8월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물 외벽 스크린에 '광화벽화'의 새로운 콘텐츠 '라이트닝(LIGHTNING)'이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일대에 시민들이 체험하는 실감형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시작했던 '광화문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다. 약 600억 원의 예산을 구체적인 계획이나 설치 장소가 없이 승인하는 등 방만하게 운영한 탓에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실감형 광화문 프로젝트 사업 추진 실태 관련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총 12건의 위법·부당 사항과 제도개선 필요 사항 등이 확인됐다. 광화문 프로젝트의 실감형 콘텐츠 8종 중 일회성 공연('광화풍류')을 제외하면 현재 운영 중인 건 '광화벽화'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광화문 일대를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의 전시장으로 만들어 한국의 기술을 알리겠다며 이 프로젝트에 투입한 예산은 622억 원에 달한다.
실감형 콘텐츠는 이를 구현하는 장소에 따라 규모나 기획이 달라지는데,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장소도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마땅한 장소를 마련하지 못해 '광화전차'는 자율주행이라는 콘셉트와 달리 고정형 기구가 됐다. 안전성 검토를 소홀히 한 탓에 운영한 지 52일 만에 철거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제작하려던 AR콘텐츠 '광화경'은 정작 해당 내용을 계약에 넣지 않아 특정 기기에서만 구동되는 형태로 개발됐다.
이는 예산 집행 단계에서부터 예고된 실패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의 구현 장소나 구성, 기획 등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진흥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하고 보조금을 줬다. 진흥원은 보조금을 받고서 1년 후에야 콘텐츠 제작 위탁 용역을 시작했다. AR게임 '광화담'과 조형물 '광화수'는 공개 일정이 미뤄져 이를 안내할 체험자 센터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관련 계약금 1억8,000만 원을 그대로 줬다.
정작 공을 들여야 할 콘텐츠에는 예산안(388억 원)보다 적은 285억 원을 들이면서 내실이 부족해지자 홍보비를 부풀리기도 했다. 사업계획서상 홍보 예산은 11억 원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114억 원을 썼다.
감사원은 "광화문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업무 전 과정에서 총괄인 문체부와 시행하는 진흥원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문제를 확인했다"라며 "용역비 부당 집행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