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선, 생애 첫 투표 나설 10대 유권자
투표 연령 하향, 기성세대 의원 독점 여전
정치권, 젊은 세대에게 소통 의지 보여야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제공
2020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에 따라 만 18세 청소년도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새내기 유권자'는 2007년 6월 5일과 2008년 6월 4일 사이에 태어났다. 이들이 태어나던 때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은 이들이 다섯 살 때 벌어진 사건이고, 탄핵은 아홉 살 때 벌어진 일이다. 새내기 유권자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첫 번째 대통령은 이들이 중학생일 때까지 재직한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다. 이들에게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수호하는 나라가 아니라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나라로 각인되어 있다. 이들은 활짝 열려 있었던 세상이 조금씩 닫혀가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자랐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생애 첫 투표가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권은 새내기 유권자를 친절히 대한 적이 없다. 2022년 피선거권 연령도 만 18세로 낮추었지만 기성세대가 쥐고 있는 정치권력은 여전히 공고하다. 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인 평균 연령은 56세였다. 20대 나이의 젊은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선출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입된 정보를 살펴보면 이번 지방선거 예비후보의 평균 연령은 55세다.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의 평균 연령은 각각 55세와 56세이고 조국혁신당 예비후보의 평균 연령도 53세로 높은 편이다. 예비후보 평균 연령이 39세인 개혁신당만 비교적 젊은 후보를 공천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20대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의 비율은 턱없이 낮을 것이다.
‘새내기 유권자'는 기존 유권자와는 다른 시각으로 정치를 본다. 늘 그래왔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은 간접 경험에 비해 생생할 수 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뛰쳐나온 10대, 20대의 결단을 1987년 민주화 항쟁과 비교할 수 있지만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들이 영화 <1987>을 봤기 때문에 시위에 참여했다는 설명은 낡고 궁색할 뿐이다. 응원봉 시위대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와 1987년 시위대가 쟁취하고자 했던 민주주의가 같을리 없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4.19 혁명과 동일시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새내기 유권자'에게 1997년 외환위기는 태어나기 10년 전 일이고, 서울올림픽은 20년 전 일이며, 광주민주화 운동은 약 30년 전 일이다. 1980년에 태어난 사람이 한국전쟁을 대했던 자세처럼 지금의 20대는 광주민주화 운동을 대할 것이다. 이상할 것도 없고 안타까워 할 것도 없다. 그만큼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당당히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새내기 유권자'를 더 이상 교육의 대상으로만 봐선 안된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목소리를 내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작년 말 국회개혁 자문위원회에서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의 약 40%가 '정쟁과 비협치', 23%가 '특권과 윤리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국민소통 부족'을 이유로 든 응답자의 비율은 9%에 불과했다.
그런데 18~29세 응답자는 달랐다. '국민소통 부족'을 국회 불신의 이유로 든 비율이 23%에 달했다. 기성세대는 국민의 대표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고 신뢰를 거두는 반면, 젊은 유권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모습을 보고 정치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 시간은 흐르고 정치는 변한다. 정치인과 유권자에겐 법적 정년이 없지만 자신의 가치관이 21세기가 사반세기나 지난 지금 적실성 있는지를 돌아보는 연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