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자체가 투자자에 악재 인식"
일본, 저PBR 기업 공개·공시 강화 '압박'
남길남 "제도적 장치, 연성 규범 균형 필요"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중복상장 쟁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주식시장 상장사 다섯 개 중 한 개가 이미 최대주주도 상장돼 있는 ‘중복상장’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가 중복상장하는 순간 모회사의 기업가치는 30% 이상 저평가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기존 중복상장도 스스로 해소할 만한 '연성 규범'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국회도서관에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중복상장 쟁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상장사 중 22.5%(571개)의 최대주주가 상장기업이고, 이들의 모회사 수까지 더하면 30%가 넘는다"며 "상장 모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장사도 전체 2,539개 중 239개로 9.4%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복상장은 실제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졌다. 과거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이 물적분할을 할 당시 기존 주주들이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훼손된다"며 반발했는데, 실제로도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경향이 확인된 것이다.
남 연구위원에 따르면 자회사 상장 전 모회사의 시장 가치는 장부 가치의 1.55배 수준이었는데, 상장 후 이 비율이 1.07배로 낮아졌다.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기업가치가 30%가량 하락한 것이다. 남 연구위원은 "물적분할 자체가 투자자에게 악재로 인식되면서 주가 하락의 큰 요인이 됐다"며 "중복상장된 자회사도 같은 시점에 신규 상장된 일반 회사와 비교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0%가량 낮았다"고 말했다.
중복상장된 자회사의 문제는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TSE)가 PBR 1배 미만 기업을 공개한 것이 중복상장 기업에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후 소수주주 보호 관련 공시를 강화하고, 모회사 독립이사의 역할을 키운 게 중복상장 해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정책의 결과 일본 상장사들은 공개매수 등으로 중복상장 해소에 나섰고, 실제 모기업 지분이 50% 이상인 중복상장 자회사 비중은 2014년 9.5%(324개)에서 지난해 5.6%(216개)로 줄었다.
남 연구위원은 "기존 중복상장 기업의 문제를 일시에 해소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점진적으로 해소할 만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제도적 장치와 연성 규범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