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소식통 인용해 보도
이란 국영매체 "제재 효과 무의미"
법안, 이르면 며칠 내 통과할 듯
제도화 여부, 갈리바프 결정에 달릴 듯
호르무즈해협 지도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지난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제 수단으로는 리알화와 위안화나 스테이블코인이 검토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해협 통과 선박을 대상으로 새로운 관리 계획을 마련했고, 관련 규정이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세부 규정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영사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중개업체에 선박 정보와 화물, 항로, 승무원,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 등 상세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중개업체가 제출된 자료를 혁명수비대 해군 호르모즈간주(州) 사령부에 전달하면, 혁명수비대가 선박이 미국이나 이스라엘, 기타 이란이 적으로 간주하는 국가와 연관이 없는지 조사하는 방식이다.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우호국에서 적대국까지 1에서 5까지 분류하는 등급 시스템을 토대로 통행료를 차등적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호국 선박일수록 통행료가 저렴해지는 구조다.
리알·위안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지불해야
유조선은 통행료를 중개업체와 협의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1배럴당 약 1달러가 적용된다. 리알화, 중국 위안화 또는 가상화폐 스테이블코인으로 지불해야 한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약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척당 200만 달러(약 30억 원)에 달하는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통행료를 납부하면 혁명수비대 순찰정의 호위에 따라 지정된 해안 인접 항로로 이동해야 한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및 통행세 부과로 국제사회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미드레자 하지 바바에 이란 의회 부의장은 이날 이란 반관영 학생통신(SNN)에 "우리(이란)가 호르무즈해협의 목줄을 쥐고 있다면 누가 감히 우리를 제재하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지난달 27일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부과하면 연간 1,000억 달러(약 150조 원)이상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약 20~25%에 달한다.
이르면 며칠 내 이란 의회에서 의결
다만 블룸버그는 "물리적 위험과 높은 선박 보험료는 차치하더라도,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거래하는 것 자체가 제재 위반이나 자금세탁 방지 규정 위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이르면 며칠 내 이란 의회에서 최종 의결될 수 있다. 사디프 바드리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단 서기의원은 이날 파르스통신에 법안이 '이중 긴급 법안'으로 상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입법 절차가 대폭 간소해진다. 이와 관련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 시기와 유예 여부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에게 결정권이 있다"며 "이후 대통령이 비준하고 최고지도자가 공포령을 내려야 하는데, 결국 갈리바프 의장의 역할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