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미식·문화 발굴하는 '로컬이 신세계'
지난해 임윤찬 이어 통영서 조성진 공연
통영 공예 '대발' 엮고, 제철 식재료 맛봐
특산물 팝업 열어 80% 지역 환원
지난달 27일 개막한 제25회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프레데리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F단조'를 연주하고 있다. 조성진이 협연을 펼친 이날 개막 공연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Ⅰ'과 30일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은 예매 개시와 동시에 전석 매진됐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한국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한 홀이 이곳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입니다. 건축 당시에 음향을 가장 잡아내기 좋은 슈박스(구두 상자같이 긴 직육면체 모양의 콘서트홀) 형태를 택해 소리가 드라이(건조)하지 않고 울림이 느껴지죠."
올해 25회를 맞은 통영국제음악제(TIMF) 개막일인 지난달 27일 오후. 무대 위 오케스트라 세팅을 마치고 리허설을 앞둔 고요한 공연장에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본부장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악제 정식 개막 전 다른 관객도, 연주자도 없는 공연장에서 10여 명의 청중만을 상대로 한 '백스테이지 투어'
였다.
백건우 조성진 임윤찬 등 내로라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이곳에서 음반을 녹음했다는 설명을 듣던 이들은 김 본부장이 "무대로 올라가보시죠"라고 제안하자 "우와" 기쁨의 탄성을 나지막이 내뱉었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일인 지난달 27일 오케스트라 세팅과 리허설을 마친 콘서트홀에서 '로컬이 신세계' 통영 프로그램 일환으로 백스테이지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최나실 기자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제한되는 무대 뒤나 공연자 대기실을 둘러보는
백스테이지 투어는 신세계백화점의 로컬(지역) 특화 콘텐츠 '로컬이 신세계' 통영 편의 일환
이었다. 통영국제음악당 곳곳을 조용히 돌아보는 와중에 조성진의 대기실 앞을 지나자 유려하고 아름다운 쇼팽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이날 저녁 개막 공연에서 조성진은 쇼팽이 청년 시절 첫사랑을 떠올리며 작곡했다는 '피아노 협주곡 제2번 F단조'를 황홀한 선율로 연주했다.
쪽빛 남해가 바로 앞에 펼쳐진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야간 전경. 통영국제음악제는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2년부터 그의 고향인 통영시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통영국제음악당 제공
4년 차를 맞은 신세계백화점의 로컬이 신세계는 전국 팔도 곳곳에 숨겨진 미식·문화·유산을 발굴해 여행과 식재료 팝업스토어 등으로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매년 3월 말 개막하는 통영국제음악제와 연계한 통영 편은 지난해 임윤찬, 올해 조성진 등 전광석화로 전석이 매진되는 유명 연주자의 공연 VVIP 티켓을 확보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통영을 보고, 듣고, 맛보는 오감 여행
지난달 27일 '로컬이 신세계' 통영 프로그램에서 정다경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으로 국보 세병관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제137대 통제사 서유대가 쓴 '세병관' 편액은 가로 6.5m, 세로 2.5m에 무게가 1톤에 달한다. 은하수를 끌어와 병기를 씻는다는 의미의 '만하세병'에서 따온 세병관이란 이름에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최나실 기자
낮에는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한 국보 '세병관'을 문화관광해설사와 돌아보는 역사 투어도 진행됐다. 세병관은 이순신 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1605년에 세워진 객사(관청)로 조선시대 3도(충청·전라·경상) 수군을 총괄하는 본진이었다. 편액 무게만 1톤에 육박한다. 세병관 옆 12공방은 금·은 제품, 나전칠기 등 군수물자와 진상품을 만들던 '최초의 국가산업단지'로 볼 수 있다는 정다경 해설사의 재치 있는 설명이 이어졌다.
정 해설사는
"통영에 신선한 해산물이 지천에 널려 있다 보니 이곳 사람들은 죽은 생선은 쳐다도 안 보고 산 생선만 먹는다는 말이 있다"
며 지역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3박 4일 일정인 이번 투어에서도 멸치무침 등 해산물 만찬, 섬에서 직접 채취한 제철 해초로 차린 밥상, 적산가옥에서 맛보는 40년 전통 통영식 한우구이 등 미식의 향연이 이어졌다.
통영은 전통 목공예로 명성이 높은 지역으로,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설치한 12공방이 통영 공예의 시초가 됐다. 12는 단순한 숫자 12가 아닌 '아주 많다'는 의미다. 사진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14호 염장 기능보유자(인간문화재)인 조대용 장인이 대나무 발을 엮는 모습. 신세계백화점 제공
이 외에도 인간문화재 조대용 염장(簾匠·발을 만드는 장인)과 '통영 대발'을 직접 엮어 보는 공예 수업, 다도해 절경을 즐기는 프라이빗 요트 투어 등 통영에서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다채롭게 준비됐다. 투어 출발 전에는 안인모 피아니스트가 음악제 주요 감상 포인트를 알려주는 사전 강연을, 투어 후에는 아워플래닛의 김태윤 셰프가 통영 식재료를 살린 파인 다이닝을 진행해 통영의 'A to Z'를 보고, 듣고, 맛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지역 가치 알려 로컬 생태계 자생을"
신세계백화점이 2024년 12월 강남점·본점 등 9개 점포에서 연 '로컬이 신세계' 김해 식재료 팝업스토어는 경남 김해시 식재료인 뒷고기, 진영 단감 등을 판매했다. 로컬 식재료 팝업스토어는 의 70~80%를 지역 생산자의 몫으로 나누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로컬이 신세계는 2023년 7월 론칭 이후 광주, 충남 태안·홍성, 경남 김해 등 투어를 통해 각 지역 특산물과 자연·문화유산을 고객에게 소개해왔다. 여행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백화점에서
로컬 식재료 팝업스토어를 열어
신세계가 발굴한 태안 아말피 레몬, 김해 뒷고기 등을 판매하고 의 70~80%를 지역 생산자의 몫으로 나누는 상생을 추구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식재료 팝업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이 지역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고 로컬 생태계가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 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론칭한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 '비아신세계'와 함께 앞으로도 다양한 로컬 투어 콘텐츠를 진행할 예정이다. 5월에는 로컬이 신세계 전남(담양·순천·여수) 편으로 유네스코에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등재될 당시 핵심 역할을 한 기순도 명인의 장요리 한상과 담양 죽녹원 대숲 투어 등을 진행한다. 하반기에도 제주, 강원(속초·고성·양양), 통영(굴 특집) 등 다양한 지역을 탐방하는 투어를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