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와 비슷... 브랜드력 종합적 제시"
브랜드 철학·정체성 뽐내고, 고객 체험도↑
글로벌 시장 진출 위한 주춧돌 역할도 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올해 1월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오픈한 프랑스 브랜드 아미의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1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프랑스 브랜드 아미의 플래그십 스토어(거점 매장)를 열었다. 425㎡(약 128평) 규모로 전 세계 아미 매장 중 가장 크다. 참나무와 화강암 소재를 쓰고, 한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조명의 부드럽고 은은한 빛으로 전통 한옥의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미의 시그니처 색상인 베이지, 골드와 거울 마감으로 포인트도 줬다. 고객들이 편안히 즐길 수 있도록 맞춤 제작한 목제 가구와 낮은 좌석도 배치했다. 아미 디자이너 알렉산드르 마티우시의 예술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국내 파이프 갤러리와 협업한 매장 내 공간에서는 현재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김찬송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곳에 투입한 비용은 일반 매장의 두 배가량. 그럼에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든 이유는 간명하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공간에서 고객과 접점을 넓히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외관부터 인테리어, 공간 구성 등 모든 측면에서 브랜드의 정체성과 감성을 일관되고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서 "한남 상권의 특징에 따라 2030뿐 아니라 경험소비를 선호하는 외국인 고객 유입도 용이하다"고 플래그십 스토어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명동, 한남동, 청담동, 홍대입구, 그리고 최근 성수동까지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지역에서 패션업계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플래그십은 함대 지휘관을 상징하는 깃발을 꽂은 배(기함)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최근에는 기점이나 거점, 주력, 대표 같은 의미로 쓰이면서 특정 브랜드의 기술력이나 정체성을 상징하는 상품이란 뜻으로도 통용된다. 사실상 브랜드의 얼굴인 셈이다.
백화점 등에 입점한 매장보다 많은 비용이 들고 폭염이나 한파 같은 날씨 영향을 받는 단점이 있지만 장점이 더 크다. 브랜드 철학이나 정체성을 진정성 있게 보여줄 수 있고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또한 브랜딩, 신규 및 충성 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이유리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패션업계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패션쇼와 비슷한 성격"이라며 "브랜드가 돋보이도록 연출한 공간에 실물 제품을 제시해 브랜드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접점 넓혀 글로벌 시장 진출 본격화"
코오롱인더스트리FnC가 올해 1월 서울 명동에 개설한 코오롱스포츠의 플래그십 스토어. 코오롱인더스트리FnC 제공
요즘에는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을 강조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기존 역할에 더해 글로벌 사업 확장 등을 위한 목적으로도 설치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올 1월 서울 명동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 '코오롱스포츠 서울'을 오픈한 게 대표적 사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 비중이 가장 높은 명동 상권에서 이 매장을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주춧돌로 삼을 계획이다.
'자연과의 연결'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감안해 플래그십 스토어는 설계 단계부터 자연과 인간의 공존 관점에서 출발했다. 자연물의 원형과 인공적인 구조물을 분리하지 않고 조화롭게 결합하는 방식의 결과물이 나온 이유다. 원목과 골재가 드러나는 콘크리트 질감을 활용한 절제된 마감을 통해 자연과 연결된 코오롱스포츠만의 정체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코오롱스포츠의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구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플래그십 진출은 위상 보여주는 지표"
LF가 올해 2월 중국 상하이 신톈디에 설치한 대표 브랜드 헤지스의 플래그십 스토어. LF 제공
아예 해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 패션기업도 있다. LF는 올 2월 해외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중국 상하이 신톈디 거리에 대표 브랜드 헤지스의 첫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상하이'를 열었다. 헤지스는 건축 및 인테리어를 셀린느·생로랑·질샌더 등 해외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한 카스퍼 뮐러 크니어에게 맡겼다. 내부는 브랜드의 뿌리인 영국 조정 클럽의 라커 룸을 연상시키는 월 유닛, 조정 장비, 빈티지 가구, 컬러 러그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채웠다.
LF 관계자는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가 가득한 곳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는 자체가 헤지스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출 증대 효과도 불러온다. 온라인에서 눈으로만 보던 제품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하면 구매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해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플래그십 스토어를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