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겸재 정선은 볼 것 없다" 깐깐한 스승 추사와 제자들의 '창신'

¬ìФ´ë지

대구간송미술관 기획전시 '추사의 그림수업'

김정희 '세한도'와 추사파의 매화 그림 등 문인화 대거 전시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추사 김정희의 대표 문인화 '세한도'. 1844년 제주 유배 중이던 김정희가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 준 그림이다.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문인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추사체'라는 독창적 글씨체로 이름을 알린 서예가다. 문인화가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전해 내려오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 제주 유배 생활 때 그린 '세한도'다. 수많은 책을 선물로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게 답례로 건넨 작품으로, 소박한 집 한 채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 있는 그림을 최소한의 먹으로만 표현했다. 소슬한(쓸쓸하고 고요한) 풍경을 그리면서도 선비의 절의(신념을 끝까지 지킴)라는 뜻을 관철한 그림이다.

김정희는 세 차례 유배를 가며 정치인으로선 불우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학문과 예술에 전념하며 당대의 문화예술 담론을 주도하게 된다.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도화서 화원과 중인 출신으로 문예 활동을 벌인 작가들은 '추사파'를 형성했다. 7일 대구 수성구 대구간송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추사의 그림수업'은 이 추사파를 조명하는 전시다.

대구간송미술관 '추사의 그림수업' 전시에 나온 '예림갑을록'(앞쪽 가운데)과 '팔인수묵산수도'. '예림갑을록'에는 1849년 추사 김정희가 제자 8명의 그림에 남긴 평가가 담겨 있다. '팔인수묵산수도'는 그 대상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허련 등 추사 김정희의 제자 8인이 그려낸 '팔인수묵산수도' 모음. 리움미술관 제공

이 전시가 특히 주목한 것은 김정희가 제주 유배를 마치고 용산(현재 서울 용산구)에서 머물던 1849년, 여덟 제자가 모여 그림을 보이고 품평을 받은 사건이다. 도화서 화원인 박인석·유숙·이한철·조중묵과 중인 출신 김수철·유재소·전기·허련이 사흘에 걸쳐 세 번 그림을 그렸고 김정희가 여기에 한마디씩 남겼다는 내용이 '예림갑을록'에 적혀 있다. 기록 속 깐깐한 스승 김정희는 "겉모습에 취하지 말라"(전기) "먹을 너무 많이 쓴다"(박인석) 등 조언을 남기기도 하고 "풍치가 있고 껄끄러움이 없어 기뻐할 만하다"(허련)라는 칭찬을 건네기도 한다. 전시에서는 '예림갑을록'의 내용과 이 비평의 대상으로 추정되는 '팔인수묵산수도'를 나란히 볼 수 있다.

비평 속 김정희는 원나라 말기(14세기)에 활동한 문인화가 예찬과 황공망의 화풍을 모범으로 삼고 있다. 당시로서는 500년 전의 문인화를 따르자는 주장이라 보수적으로 들리지만, 겸재 정선으로부터 이어진 실경산수화와 김홍도·신윤복의 영향이 남은 풍속화 등 당대 주류의 흐름에 비하면 오히려 '옛 법을 참고해 새로운 것을 그리자(법고창신)'는 추사 정신의 실천이었다. 이랑 대구간송미술관 책임학예사는 "추사는 제자 허련에게 '정선 그림은 볼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사실주의 화풍에 비판적이었다"면서 "한계를 드러내던 사실주의와 결별하고 그림의 핵심인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보자는 혁신적 의도"라고 풀이했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 중 한 명으로 '추사파'의 일원인 전기의 '매화서옥'. 매화나무 주변을 먹으로 우려내고 흰색 물감으로 점을 찍듯 백매(白梅)를 그려내는 방식으로 색채 대비를 강조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추사 김정희의 제자 중 한 명으로 '추사파'의 일원인 이한철의 '매화서옥도'. 대형 매화 병풍으로 당시 중인층의 호사스러운 서화 취미를 반영하면서도 은둔한 선비의 절개를 동경하는 뜻이 담겨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정희의 제자들이 무조건 스승의 말을 따랐던 것은 아니다. 1849년 모임에선 스승의 말대로 예찬과 황공망의 영향이 강한 그림을 그렸지만, 전시 후반부를 장식하는 매화 그림에서는 이들의 또 다른 스승 조희룡의 영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조희룡과 김수철·이한철·전기 등은 문인화의 격조를 유지하면서도 화려한 색채를 가미하는 등 장식성 짙은 매화를 그려냈다. 이랑 학예사는 "조희룡은 김정희의 제자이자 정치적 동반자였지만 화론(畵論)은 많이 달랐다"면서 "추사파가 추사를 따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화풍을 어떻게 창신해 가는지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는 7월 5일까지 이어지나, 김정희의 대표 작품인 '세한도'는 5월 10일까지만 볼 수 있다. 이후에는 '난맹첩'(5월 12일부터)과 '불이선란도'(6월 2일부터)가 교체 전시될 예정이다. 비슷한 기간 바로 옆 대구미술관은 개관 15주년 기념전 '서화무진'을 열고 있다. 195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화'의 전통을 창신해 가는 근현대 미술작가의 작품을 모아 놓은 전시다.

¹ì‹ 2026´ëª…궁금˜ì‹ ê°€

지ê¸ë°”로 AI가 분석˜ëŠ” 가•교¬ì£¼ 리포¸ë 받아보세

´ëª… œë‚˜ë¦¬ì˜¤ •인˜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