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영태 칼럼] 서윤이는 어쩌다 '소진 물량'이 되었나

¬ìФ´ë지

입양아 8개월 '대기중'에도 정부 태평

'아동 최선 이익' 말하며 반인권적 언행

아이의 하루는 어른의 1년일 수 있는데

게티이미지뱅크

서윤(가명)이는 2024년 12월 보호출산으로 세상에 나왔다. 생후 10개월 무렵 유보연(50)씨 부부와 입양 결연을 맺었다. 그후 6개월여. 서윤이는 아직 서울 은평구 보호시설에 있다. 요즘 말 많은 '입양 지연' 탓이라고 한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생후 6~12개월을 주양육자에 대한 애착이 확고해지는 시기로 본다. 떨어지면 분리불안 증세를 보인다. 입양 골든타임을 생후 12개월로 보는 건 그래서다. 입양 전이라도 이 무렵까지는 가정에 들어와(임시양육) 부모와 애착 형성을 시작하는 게 좋다.

12개월이 지난 아이는 '연장아(年長兒)'라 칭한다. 이들을 입양할 땐 훨씬 세심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연장아들은 인지, 언어, 정서, 사회성 발달이 늦을 뿐 아니라 입양 부모와 애착을 형성하기 어렵고 심리사회적 부적응을 더 많이 경험한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아동권리보장원 권익중 원장이 쓴 논문에 담긴 내용이다.

서윤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유씨는 2월부터 일주일에 3차례 정도 시설을 찾는다. 하지만 엄마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한참을 두리번거린다. 하루 3교대로 돌봐주는 이들까지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바뀌니 혼란스러울 것이다. 생후 16개월이지만 '엄마'라는 단어조차 또렷하게 말하지 못한다. 호명 반응도 현저히 떨어진다. 이름을 불러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건 시설의 정성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공백이다.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하세월이다. 작년 7월 민간에서 하던 입양을 국가 관리의 공적 체계로 전환한 후 생긴 일이다. 지금까지 입양 0명. 충분한 준비 없이 맞은 결과다. 더 나아지겠지라는 당연한 기대는 무참한 낙담이 됐다.

'입양 천사'라는 배우 신애라씨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연장아 입양은 정말 어렵다. 신생아가 생기자마자 바로 입양 가게 되는 일이 생기면 좋겠다는 기도를 한다." 그 기도를 들어줘야 하는 건 국가이고 정부다.

하지만 입양을 책임지게 된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더없이 태평해 보인다. 예비 부모들은 "하루라도 빨리 입양하게 해 달라"고 울부짖지만, 그게 뭐 대수냐는 식이다. 입양 지연과 관련한 국회 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 팀장은 한 예비 부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12개월 미만 아동 입양이 가능하다고 했다면, 24개월도 괜찮은 거 아니에요?" 아이들에게 초기 애착 형성의 중요성을 안다면 담당 공무원이 도저히 할 수 없고, 또 해선 안 될 말이다. 무지인지, 무감각인지, 둘 다인지.

입양 아동을 그저 처분해야 하는 재고 물품 정도로 취급하니 더 그럴 것이다. 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한 간부는 국회 간담회 자리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물량'이라 하고 '소진'의 대상으로 취급했다. 또 다른 자리에선 앞서 입양을 신청한 예비 부모들을 '마루타'라 칭했다.

그러니 입양 기록물을 판매 리스트쯤으로 여기는 건지 모르겠다. 입양 정보가 대거 담긴 외장하드를 분실하고, 30만 명 입양인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외부업체에 아무런 보안장치 없이 넘겨줬다. 정작 입양 가족에겐 통지조차 없었다. 입으로는 아동 정책에서 국제적 핵심 원칙인 '아동 최선의 이익'을 읊조리지만, 실상은 반인권적 인식으로 가득 차 있다.

국가가 책임지겠다 해놓고 8개월 동안 입양이 올스톱되고,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고, 막말이 이어지는 건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쓴소리할 줄 아는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면 달라질까. 국무회의든 엑스(X)에서든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렇개라도 해서 서윤이처럼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280여 명의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예비 부모 품에 안기길 바란다. 아이의 '하루'는 어른의 '1년'일 수 있다.

이영태 논설위원

¹ì‹ 2026´ëª…궁금˜ì‹ ê°€

지ê¸ë°”로 AI가 분석˜ëŠ” 가•교¬ì£¼ 리포¸ë 받아보세

´ëª… œë‚˜ë¦¬ì˜¤ •인˜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