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개헌 조문 작성할 기초위 만들자"
개헌 발의선 확보하려 극우 정당과도 연대
총선 이후 쪼그라든 진보 정당, 견제 어려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7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려 손을 들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헌법 개정안 조문 작성을 추진하며 개헌을 서두른다. 국회 표결 처리를 위해 극우 정당과의 세 결합에도 나섰다. 그러나 개헌을 막을 진보 정당들은 2월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대패해, 개헌 추진을 견제할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10일 일본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국회는 전날 중의원 헌법심사회를 열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총선 승리 이후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힌 뒤 처음 열린 회의다.
자민당은 개헌 조문을 작성할 '조문 기초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와 보수 정당 국민민주당도 찬성했다. 요미우리는 "자민당 내부에선 '내년 정기국회가 사실상 (개헌의) 기한이 될 것'이라고 전망해 논의를 서두르려 한다"고 짚었다.
자민당과 개헌에 찬성하는 정당들은 우선 '긴급 사태 조항 신설'에 대한 조문 작성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에 더해 한때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공명당도 찬성하는 내용이라서다. 테러나 대형 자연재해, 감염병 확산 등 위기 상황 발생 시 국회의원의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도 요시타카 자민당 의원은 전날 회의에서 "쟁점이 정리된 주제부터 조문 작성 검토 작업에 들어가자"고 말했다.
일본 시위대가 8일 도쿄 국회 앞에서 열린 개헌 반대 및 미국·이란 전쟁 반대 집회에서 '전쟁 반대'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주목할 부분은 헌법 9조 2항이다. 9조 2항은 전력 보유 금지와 교전권을 부인하는 내용으로, 이 조항 때문에 일본 헌법은 '평화 헌법'으로 불린다. 9조 2항은 다카이치 총리의 관심 사항이다. 그는 총리가 되기 전 2002년 헌법조사회에서 "교전권은 적극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9조 2항에 반하는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극우 정당인 참정당과 일본유신회는 9조 2항 삭제와 함께 집단적 자위권 전면 인정과 국방군 보유 명기까지 주장한다.
자민당은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까지 개헌 발의선(전체 의석의 3분의 2) 확보에 당력을 쏟을 방침이다. 자민당은 이미 중의원에선 2월 총선 때 개헌 발의선(310석)을 넘는 316석을 얻었다. 참의원(상원)의 여당 의석수는 120석으로, 개헌 발의선(166석)까지 46석 부족하다. 자민당은 개헌에 적극적인 국민민주당, 참정당, 일본보수당에 더해, 신생 정당 팀미라이에도 협조를 요구하려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들 정당의 협력을 얻고 2석만 확보하면 발의 요건을 충족한다"며 "무소속 의원 확보도 중요한 변수"라고 짚었다.
자민당을 견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진보 성향의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총선 때 만든 중도개혁연합의 의석수는 총선을 거치며 169석에서 49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에다노 유키오 전 입헌민주당 대표 등 개헌 반대파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고, 야당 측 간사 자리도 입헌민주당에서 공명당 소속 의원으로 넘어갔다. 국회 내 개헌 찬성파 사이에선 야당의 구조 변화에 개헌까지 "드디어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